아파트 문 앞 'X 테러'⋯재물손괴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대로 미궁에 빠질 확률 높다
아파트 문 앞 'X 테러'⋯재물손괴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대로 미궁에 빠질 확률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현관문, 도어락, 초인종 등에 '대변' 테러
윗집은 층간소음으로 분쟁 겪었던 아랫집 의심⋯아랫집은 "우리 아니다, DNA 검사 안 해"
확실한 처벌 대상인데⋯범인 붙잡을 방법은 정말 없을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2일 새벽 X테러를 당했다"며 피해 사진을 공개한 글이 올라왔다. DNA 검사로 쉽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이유를 정리해봤다. /셔터스톡⋅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22일 새벽 X 테러를 당했다"며 피해 사진을 공개한 A씨의 '미궁' 같은 이야기다. 실제 대변이 아파트 현관문 입구는 물론이고, 도어락과 초인종에도 덕지덕지 발려있었다.
문제는 대변을 투척 당한 건 맞지만 '누가' 그랬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CC(폐쇄회로)TV 등 확실한 증거가 없다. 평소 층간소음으로 분쟁을 겪었던 아랫집이 의심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심에 머물렀다. DNA 조사만 하면 금방 해결될 것 같은데 아랫집이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1일 본인을 "아랫집 당사자"라고 소개한 B씨의 글이 올라오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해졌다. 글에서 B씨는 "제가 한 일이 아니다"며 오히려 윗집의 층간소음이 심각했다고 호소했다. "이 집에 온 후 인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층간소음 때문에) 지옥에 빠졌으며, 매일 전쟁터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과학수사대까지 나섰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사건. 꽉 막힌 이 사건을 정말 해결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일단 이 사건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다. 형법상 재물손괴죄(제366조)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망가뜨린 것뿐만 아니라 물건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을 때도 처벌하고 있다.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문구는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했을 때도"에 있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재물손괴에 대해 판단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급심 판례도 있다. 실제 지난 2013년 울산지법(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은 층간소음을 겪던 이웃집 현관문에 라면 국물을 뿌린 행위 역시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누가' 테러를 했는지 밝혀내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A씨는 아랫집을 의심하고 있지만, 아랫집은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며 DNA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문제 해결을 위해 DNA 검사를 강행할 수 없을까.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론상 방법이 없진 않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DNA 검사를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아랫집이 대변을 투척하는 걸 봤다'는 목격자가 나오지 않는 한 영장이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려면 '나름의 기준'을 넘겨야 하는데, 구강 상피 세포를 강제로 채취하는 식의 DNA 검사 영장은 그 기준이 다소 높다. 이 변호사는 "아랫집 이외의 다른 범인이 있을 가능성을 수사기관이 증거를 통해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며 "그런데 '아랫집이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정도'로는 영장이 발부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실제로 DNA 영장이 살인, 성폭행 등 중한 범죄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영장 발부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결국 "현실적인 이유에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