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로 위장해 해킹 파일 첨부⋯ 업무방해죄는 의견 '분분', 정통망법 위반은 '만장일치'
이력서로 위장해 해킹 파일 첨부⋯ 업무방해죄는 의견 '분분', 정통망법 위반은 '만장일치'
인사담당자가 받은 수상한 입사지원서⋯알고 봤더니 '바이러스'
변호사 3명 "업무방해 해당" vs. 2명 "업무방해 아니다"
만장일치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

입사지원서를 위장한 이메일을 받은 인사담당자 A씨. 하마터면 회사 업무에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난다. 이 이메일을 보낸 상대방,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셔터스톡
"안녕하세요! 〇〇〇 입니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같이 보내드립니다!"
당찬 포부가 담겨있던 입사지원서. 하지만 어딘가 수상했다. 이력서는 보통 한글이나 워드 등 문서 파일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웬 이상한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을 받은 인사담당자 A씨가 알아본 결과, 이 파일의 정체는 바이러스. 입사 지원을 위장한 해킹 시도였던 것이다.
A씨는 이메일을 보낸 상대방을 꼭 처벌하고 싶다. 자칫 파일을 열어봤다간 회사 업무에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어떠한 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과 검토해 봤다.
우선적으로 검토된 건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 였다. 속임수 등 위계(僞計⋅거짓)로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책임이다. 그런데 이 죄로 처벌하려면 범죄를 '시도'한 것만으로는 어렵다. 실제로 범죄의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해킹 파일 작동되진 않았으니, 업무방해죄 아니다"⋯변호사 5명 중 2명
이 때문에 5명 중 2명의 변호사는 "업무방해죄 처벌은 어렵다"고 봤다. "해킹 파일을 보내긴 했지만, 실제로 해킹 파일이 작동된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류홍섭법률사무소'의 류홍섭 변호사는 "이 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다"며 "해킹 파일이 포함된 이메일을 보내기만 했고, 아직 해킹 파일이 작동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아직 해킹 파일이 작동하지 않은 경우라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A씨가 해킹 파일을 열어보지 않았고, 결국 회사에 퍼져나가지 않은 이상 "범죄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해킹 파일 보낸 것만으로도, 업무방해죄 맞는다"⋯변호사 5명 중 3명
하지만 5명 중 3명의 변호사는 "해킹 파일을 보낸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지금 단계에서도 충분히 업무방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분석이었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는 "A씨가 압축파일을 풀어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킹 파일을 보낸 이상 업무방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JUST의 김기현 변호사도 "메일이 보내진 것만으로도 업무의 지장을 일으킨 것이라면 고소해볼 수 있다"고 했고, 법무법인 지후의 민태호 변호사 역시 "업무방해죄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 법이 제48조에서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악성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A씨 회사의 정보통신망에 악성 프로그램을 전달, 유포한 이상 "이 죄에 해당한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이때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