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쓴 '재산포기 각서' 무효… 숨긴 코인·빼돌린 돈도 분할 대상
결혼 전 쓴 '재산포기 각서' 무효… 숨긴 코인·빼돌린 돈도 분할 대상
가상자산·연금보험·빼돌린 송금액도 분할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 전 남편의 요구로 "이혼하면 재산을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했지만, 막상 이혼을 결심하고 보니 그 각서 한 장이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다.
여기에 남편이 해외 거래소에 숨겨둔 가상자산과 수억 원의 도박·주식 빚, 시부모가 납입한 연금보험, 이혼을 앞두고 부모에게 빼돌린 거액의 송금까지 얽히면서 사연자 A씨의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 있다.
3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결혼 7년 차 맞벌이 주부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준헌 변호사가 출연해 각서의 효력부터 가상자산 분할, 자녀 전학 저지, 반려견 귀속까지 쟁점별로 짚었다.
결혼 전 서명한 재산포기 각서, 공증 받아도 법적 효력 없어
A씨는 결혼 당시 남편보다 재산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남편의 요구에 따라 '이혼할 경우 재산을 포기한다'는 각서와 신혼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에는 실제로 이혼하게 될 줄 몰랐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서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몰래 주식과 도박에 손을 댔고 수억 원의 대출 빚까지 진 사실,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사생활을 조사하고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았다.
이준헌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이혼 전에 미리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산분할 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이혼이 확정되기도 전에 미리 청구권을 포기하는 합의는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인감도장을 찍었거나 공증을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무효다. 재산분할은 이혼 시점을 기준으로 혼인 기간 중 공동으로 형성한 모든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된다.
해외 거래소에 숨긴 코인도 재산분할 대상
A씨의 또 다른 걱정은 남편이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에 숨겨둔 상당한 금액의 가상자산이다. 이 변호사는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암호화폐는 재산분할 대상에 명백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상대방이 코인 존재를 숨기더라도 재산명시 명령이나 사실조회 신청, 계좌 거래 내역 분석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유입 자금을 추적할 수 있다.
다만 해외 거래소의 코인은 직접 조회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 계좌를 먼저 조회한 뒤 거래 내역을 역추적해 재산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가치 평가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이혼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비상장 코인이거나 시세 조회가 어려운 경우에는 취득 당시 투입된 현금 액수나 감정 결과 등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법원이 합리적으로 가액을 산정하게 된다.
부모에게 빼돌린 수억 원, 도박 빚…재산분할에서 불리하게 작용
남편이 이혼을 앞두고 부모에게 수억 원을 송금한 것도 A씨는 재산 은닉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이혼을 앞두고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제3자에게 재산을 유출한 경우 재산 은닉 또는 부당 처분으로 보아 분할 대상에 다시 합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송금이 허위 채무 변제나 일방적 증여로 판단되면 법원은 그 금액을 남편의 보유 재산으로 추정하거나, 구체적 특정이 어려울 경우 재산분할 비율 산정 시 참작한다.
그런데 남편이 주식투자와 도박으로 만든 수억 원의 대출 빚은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일상적 가사(주거비, 생활비, 양육비 등)가 아닌 개인의 낭비·주식·도박으로 발생한 채무는 재산분할 대상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출금 사용처가 가족 생활비가 아닌 남편 개인의 주식 계좌, 가상자산, 유흥비로 유입된 사실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을 통해 입증되면 법원은 이 빚을 남편 개인의 채무로만 처리한다.
딸 일방 전학·반려견 귀속…즉각 대응이 관건
A씨를 더욱 다급하게 만드는 것은 남편이 상의 없이 딸을 데리고 지방 시댁으로 내려가 전학시키겠다고 한 부분이다.
이 변호사는 "즉시 법원에 유아인도 임시처분과 양육자 지정 사전처분을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자녀의 양육 환경이 급작스럽게 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므로 소송 중에도 기존 주 양육자에게 아이를 임시로 돌려주도록 명할 수 있다.
더불어 학교와 교육청에 친권자로서 동의 거부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하면 일방적인 전학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다.
반면 반려견 문제는 결론이 다르다.
현행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되어 자녀와 같은 양육권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재산분할 대상으로 처리된다. 누구 명의로 등록됐는지, 분양비나 병원비 등 주요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가 소유권 판단 기준이 된다.
다만 최근 법원은 실질적 주 양육자와 반려동물 간의 유대관계를 깊이 고려하는 추세이며, 조정 단계에서는 관리비 지급이나 정기적 만남을 조건으로 하는 합의도 가능하다.
한편 시부모가 남편 명의로 매달 보험료를 납입해 온 저축성 연금보험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제3자가 보험료를 대신 납입했더라도 명의자가 남편이고 혼인 기간 중 유지된 자산이라면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시부모가 남편에게 보험료 상당액을 증여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부모 전액 부담 사실이 입증되면 남편 측 기여도 비율이 다소 높게 인정될 수는 있다.
하지만 A씨가 혼인 기간 중 가정을 유지하고 내조함으로써 해당 보험이 해지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기여도를 인정받아 해약환급금 기준 상당액을 분할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