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관이 쏜 총알... 파출소 바닥에 박힌 '안전불감증'
교관이 쏜 총알... 파출소 바닥에 박힌 '안전불감증'
능숙하다던 선배의 '아찔한 실수'
안전수칙 망각이 부른 화

경남 고성경찰서 /연합뉴스
지난 11월 15일 오전 9시 35분, 경남 고성군의 한 파출소.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 퍼졌다. 범인을 제압하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총성이 울린 곳은 다름 아닌 파출소 내부 '간이 무기고' 앞이었다.
사건의 주인공은 평소 총기 조작에 능숙해 동료들 사이에서 '베테랑'으로 통하던 30대 A경사였다. 그는 갓 들어온 후임 경찰관에게 38구경 권총 사용법을 교육하던 중이었다. "잘 봐라, 이렇게 하는 거다"라며 시범을 보이던 순간, 총구에서 불을 뿜은 건 실탄이 아닌 공포탄이었다.
탄환은 다행히 파출소 바닥으로 향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좁은 파출소 안에서 발생한 오발 사고는 그 자리에 있던 경찰관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조작에 자신감을 보이던 A경사는 "실탄과 공포탄을 모두 제거했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공포탄 한 발을 다시 넣은 것을 깜빡하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가장 안전해야 할 경찰관의 교육 현장이 순식간에 아찔한 사고 현장으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부상자 없음'으로 끝날 일 아니다... 법조계 "중대한 의무 위반"
천만다행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경찰관에게 부여된 엄격한 '법적 주의의무' 때문이다.
총기는 그 자체로 살상력을 가진 위험한 물건이다. 법원은 수렵 중 오발 사고나 경찰관의 총기 사고 판례에서 일관되게 "총기를 다루는 사람은 언제나 총알이 장전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다뤄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왔다.
법률 전문가들은 A경사의 행위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록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해야 성립하므로 이번 건에서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다. 하지만 행위의 본질적인 위험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총구가 바닥이 아닌 사람을 향했다면, 혹은 튕겨 나간 파편이 후임 경찰관의 눈이라도 스쳤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법원은 유사한 총기 오발 판례에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총기 취급자가 지켜야 할 안전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명백하다"고 판단해왔다.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나 징계의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A경사가 '교육 중'이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기본적인 '약실 확인(Chamber Check)' 절차를 누락했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경찰 내부 규정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역시 엄격한 안전수칙 준수를 명령하고 있다.
이에 따라 A경사는 인명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및 '복종 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인 기준에 따르면 인명 피해가 없을 시 경징계(견책, 감봉) 수준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복도에서 배우는 총기 사용법? 허술한 시스템이 만든 '예고된 사고'
이번 사건을 개인의 부주의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상황을 뜯어보면 구조적인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A경사는 파출소 내부 '간이 무기고 앞'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총기 교육은 오발 사고에 대비해 안전이 완벽하게 확보된 사격장이나 별도의 교육 공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선 파출소의 현실은 좁은 복도나 무기고 앞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구전'으로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법령은 "연 1회 이상의 정기적인 총기 교육"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거나 이번처럼 부적절한 장소에서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탄과 공포탄이 뒤섞일 수 있는 환경, 격발이 가능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방식 자체가 잠재적인 사고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A경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을 문책하는 것을 넘어, 총기 교육 매뉴얼과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없다면 제2, 제3의 오발 사고는 언제든 다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