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100장 제출한 김호중, 많이 쓰면 감형될까? 변호사의 단호한 대답
반성문 100장 제출한 김호중, 많이 쓰면 감형될까? 변호사의 단호한 대답
변호사 "반성문은 기본값, 안 내면 괘씸죄"
양보다 진정성이 핵심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024년 5월 31일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가수 김호중이 100장 넘는 반성문을 제출해 화제가 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반성문의 양보다 질과 진정성이 판결을 가르는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9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로엘 법무법인 김상민 변호사가 형사 재판에서 반성문이 가지는 실제 효력과 그 이면에 숨겨진 법적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억울하다" 적반하장 반성문... 오히려 형량 키운다
이날 방송에서 소개된 '역대급' 반성문 사례는 청취자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해 7월, 전남 여수의 한 선착장에서 50대 남성 A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30대 후배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1심은 A씨가 범행 직후 자수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공개된 A씨의 반성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1심 형량이 무거워 억울하다", "사람 죽인 게 무슨 큰 잘못이냐"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검사조차 "유가족이 들었으면 피가 거꾸로 솟았을 말"이라며 질타했다.
김상민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형량이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은 감경 요소지만, A씨처럼 범행을 경시하는 태도는 '수사 및 재판 태도 불량'으로 간주되어 가중 처벌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성문 쓰고 살인... 기계적 반성은 통하지 않는다
반성문이 면죄부가 되지 않은 사례는 또 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전주환은 재판 도중 수차례 반성문을 냈지만, 선고 하루 전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 살인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이를 "반성문과 상반된 행동"이라며 중형 선고 이유로 삼았다.
'또래 살인' 정유정 역시 13차례 넘게 반성문을 냈지만, 재판부는 "미리 대비해둔 것처럼 작위적"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는 단순히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만 보는 게 아니라, 행간에 숨은 의도와 피고인의 실제 행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100장 썼으니 봐달라"... 변호사 "양은 중요치 않다"
그렇다면 김호중처럼 반성문을 대량으로 제출하는 전략은 통할까. 김 변호사의 대답은 "아니오"다. 그는 "반성문 양은 양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초등학생을 살해한 명재완은 86차례나 반성문을 냈지만, 수사 초기 태도 등을 이유로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해 감형받지 못했다.
김 변호사는 "반성문은 안 내면 괘씸죄로 형이 올라갈 수 있는 기본일 뿐, 하나 냈다고 형이 내려가진 않는다"며 "범행 인정 경위, 피해 회복 노력, 재범 방지 계획 등 내용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돈을 받고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불법 대필 업체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나 법무사 자격 없이 법률 서류를 작성해주고 돈을 받는 행위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가해자 반성문, 피해자는 왜 못 보나
아이러니하게도 재판부에 제출된 반성문을 정작 피해자는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재판 당사자가 검사와 피고인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제3자인 참고인 지위에 불과해 기록 열람이 제한된다.
김상민 변호사는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성문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피해자가 반성문을 읽을지 선택하게 하거나, 피해자의 용서 여부를 재판에 공식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