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넷플릭스, 시험은 정답 유출, 여교사 성희롱까지…왕 노릇한 '설립자 손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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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넷플릭스, 시험은 정답 유출, 여교사 성희롱까지…왕 노릇한 '설립자 손자' 교사

2025. 09. 11 17:2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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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 3개월 징계 부당" 소송했지만

법원 "비위 정도 중하고 가볍지 않다" 기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업은 영화감상으로 때우고, 시험 문제는 정답까지 통째로 알려줬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간제 교사는 수시로 불러내 갑질하고,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사립고등학교 '설립자 손자' 교사의 민낯이 법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학교 측의 정직 3개월 징계마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2년 1월,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한 민원이었다. 대구 B고등학교 한국사 교사 A씨가 장기간 수업을 태만히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구시교육청이 즉각 감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A씨의 비위는 단순한 수업태만을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선생님 안 와요" 무너진 교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수업 태만은 3년간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감사 과정에서 "일주일에 한국사 수업이 두 번인데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하셨다", "수업에 들어와도 넷플릭스 영화만 틀어주고 선생님은 핸드폰만 보셨다", "시험이 다가올 때만 들어와 문제를 직접 찍어줬다"고 털어놨다.


성적 평가는 더 심각했다. A씨는 2019년 네 차례의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 정답을 통째로 유출했다. 그 결과, 서술형 문제 만점자가 최소 75%에서 최대 91%에 달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학생의 필기 내용과 서술형 정답이 조사 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할 정도였다. 2021년에는 이름만 써서 낸 수행평가 용지에도 임의로 70점을 부여하는 등 평가의 공정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설립자 손자'의 이중생활…교내 왕으로 군림

A씨의 비위는 교실 밖에서 더욱 노골적이었다. '설립자 손자'라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이용해 동료 교사들, 특히 상대적으로 지위가 불안한 기간제 교사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다.


성희롱과 2차 가해

기간제 여교사에게 수차례 임신·출산 계획을 묻는가 하면, 남자 교사들의 외모 순위를 매겨보라고 요구하는 등 성적 굴욕감을 줬다. 또 다른 기간제 교사가 학생에게 성희롱 피해를 입자, 공개된 복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보라"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부당한 지시

자신의 업무와 관련 없는 기간제 교사들을 수시로 사무실로 호출했고, 사적인 등산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자신이 담배를 피우는 별실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기간제 교사들에게 락스를 이용해 청소하라는 부당한 지시까지 내렸다.


채용 비리 공모

교장의 아들을 과학보조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담당자가 아님에도 '2022년 교육공무직 채용계획' 수립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원의 철퇴 "비위 정도 무겁고, 반성도 없어"

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법인 징계위원회는 정직 3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마저도 억울하다며 법원에 징계 무효 소송을 냈다.


A씨는 "수업에 충실했고, 시험 문제는 나올 부분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성희롱 발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 농담이었고, 오히려 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지법 민사11부(재판장 성경희)는 A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의 일관된 진술을 근거로, A씨의 징계 사유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권을 침해하고 평가의 신뢰성을 훼손해 비위 정도가 중하다"며 "불안한 지위의 기간제 교사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당한 지시를 한 점도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학생 성적 조작에 가담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차 비위를 저질렀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며, 정직 3개월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가혹한 징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교육청의 파면 요구에서 한참 낮아진 정직 3개월 처분마저 부당하다는 '설립자 손자' 교사의 주장은 법원에서 통하지 않았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 2023가합203317 판결문 (2024. 11. 2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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