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통행금지!" 펜스로 막힌 농부의 역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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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 통행금지!" 펜스로 막힌 농부의 역전승

2025. 08. 27 11:5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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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과도한 우회로라면 개인 땅이라도 통행 허용해야" 판결

펜스 하나로 시작된 3년간의 법정 공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광주에서 1000㎡ 규모의 땅을 소유한 A씨에게 2021년은 악몽 같은 해였다. 2020년 12월 토지를 구입해 농작물을 키우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출입금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A씨의 땅에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토지로 가려면 반드시 인근 토지주인 B씨의 땅을 지나가거나, 아니면 멀리 돌아 험한 야산을 통과해야 했다.


"내 땅인데 왜 지나가게 해줘야 하나"

B씨는 단호했다. 2021년 8월, 자신의 토지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며 A씨의 통행을 완전히 차단했다. "내 땅을 함부로 지나다니지 말라"는 것이 B씨의 입장이었다.


A씨로서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야산을 통해서도 갈 수는 있지만, 경사가 매우 가팔랐고 배수로가 움푹 파인 구간까지 있어 위험했다. 게다가 야산을 통과하는 거리만 76m에 달했다. 농사에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길이었다.


엇갈린 판결, 그리고 최종 결론

갈등이 해결되지 않자 A씨는 법원에 "펜스를 철거하고 통행방해를 금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A씨가 주변 둑길과 야산을 이용할 수 있어 B씨 땅을 지나가는 게 유일한 통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27일 대법원 1부가 다시 한번 판단을 뒤집으며 A씨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

대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권리는 자신의 토지가 타인의 토지에 둘러싸여 있을 때 부득이하게 타인의 토지를 통과할 수 있는 법적 권리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전혀 출입할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도 인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이미 기존 통로가 있더라도 통로로서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펜스 논란과는 다른 차원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외부인 차단용으로 설치한 아파트 펜스 논란과 이번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 다만 아파트 펜스를 통과하지 않으면 자신의 집 도달이 매우 어려운 경우라면 통행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는 있다.


실용성이 핵심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실용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대체 통로로 지목된 야산은 사람은 통행할 수 있더라도 경작에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건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A씨의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A씨가 B씨 토지를 통행하지 않고서는 출입하기 어렵거나 출입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든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4차전에서 A씨 승소 전망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번째 재판에서는 A씨가 승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로 개인 소유 땅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통행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는 법리가 더욱 명확해졌다. 합리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의 과도한 통행 차단은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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