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 명예훼손·모욕죄 성립 요건은
배재고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 명예훼손·모욕죄 성립 요건은
형사 처벌 성립과 별개로
교육청 학폭위 처분 가능성 무게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전국 고교야구 대회에서 발생한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법리적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정 지역과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뉘앙스의 구호가 공개적인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면서, 해당 학생들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처분 수위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형법상 모욕죄의 성립 요건인 '피해자 특정' 문제와 학교폭력의 법적 개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법리적 쟁점을 던지고 있다.
경기장에서 시작된 '조롱 구호' 논란, 실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까
경기 중 야구부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학교 측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배재고등학교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관련 학생들을 학교 내부 기구인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중계 영상이 확산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학생 선수의 문제라는 학교 측 해명과 달리, 더그아웃 내 다수의 선수가 율동까지 맞춰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등학교를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가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해당 구호가 최근 불거진 특정 기업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을 조롱하는 맥락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며 배재고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피해 측의 고소나 신고 등의 절차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이번 사태는 학교 자체 징계를 넘어 본격적인 법적 책임 공방이나 학교폭력 심의 절차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 형법상 처벌 가능 여부는
법리적으로 볼 때 이번 사안이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구체적인 사실 혹은 허위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지만, 문제의 구호는 특정 사건을 연상시켜 조롱하는 추상적 표현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형법상 모욕죄의 성립 여부는 고소 접수 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할 때 성립한다.
공연성
이 사건은 경기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행해졌고 중계까지 되었으므로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 요건은 무난히 충족된다.
피해자의 특정
결국 핵심 쟁점은 조롱의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가려지는지 여부다.
광주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비하로 해석할 경우, 집단의 규모가 너무 커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모욕죄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태도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이 경기 상대방이었던 '광주제일고 선수단'이라는 비교적 소규모의 특정 집단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예외적으로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교 자체 징계를 넘어 '학폭위'로 회부된다면?
현재 배재고 측은 학교 자체 학칙에 따른 '생활교육위원회' 절차를 밟고 있으나, 피해 학생 측의 신고 등으로 인해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사안이 정식 이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법조계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명예훼손·모욕'의 개념을 형법보다 넓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두고 하급심 재판부의 견해가 대립해 왔다.
과거 유사한 사안을 심리한 대구고등법원 재판부는 "학폭법상 명예훼손·모욕이 반드시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을 완전히 충족할 필요는 없으며,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목적론적 해석을 취한 바 있다.
반면 일부 재판부는 형법상 요건인 공연성 등이 엄격히 갖추어져야 한다는 엄격해석론을 고수하기도 한다.
다수 하급심의 절충적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안은 공개적인 경기 중 다수가 청취하는 상황에서 발생했고, 상대 팀 선수단에게 실질적인 정신적 모멸감을 주었을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형법상 모욕죄의 최종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학폭위가 열릴 경우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예상되는 조치 수위와 행정소송 등 구제 절차의 한계
만약 심의위원회가 이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한다면 가해 학생들은 학폭법 제17조에 따라 서면사과(1호)부터 퇴학처분(9호)까지 총 9가지 단계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발성이지만 고의성이 높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진 점이 고려되어 서면사과나 특별교육이수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불이익이 따르는 '출석정지' 수준의 처분까지도 내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개정된 학폭법에 따라 가해 학생 측은 조치 주체인 교육장의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 과정에서는 해당 언행이 진정으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혹은 심의위원회의 조치가 징계 기준에 비추어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다만 이러한 행정소송을 진행할 때는 시간 싸움이 핵심이다.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집행정지 신청'을 병행하더라도, 가해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처분의 효력이 소멸해 소송을 계속할 법적 이익을 잃고 소가 각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학생부 기재가 남아있는 경우 졸업 후에도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실효성 있는 권리 구제를 위해서는 재학 기간 내에 신속한 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