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임기 4년 반반씩 나눠서 하자" 합의서 쓴 시 의원, 괘씸하지만 처벌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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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임기 4년 반반씩 나눠서 하자" 합의서 쓴 시 의원, 괘씸하지만 처벌은 불가능

2020. 07. 03 19:46 작성2020. 07. 20 11:59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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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순 충남 공주시 의원, '임기 나누기' 합의서 공개⋯비례대표 '나눠 먹기' 드러나

임기 중 사퇴하면, 비례대표 후순위가 의원직 승계하는 방식

국민 입장에서 괘씸해도⋯공직선거법상 처벌할 방법 없어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로 당선되는 국회의원. 이렇게 부여받은 임기를 한 의원이 제멋대로 '나눠 먹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사자는 미래통합당 정종순 충남 공주시 의원이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이지현 디자이너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로 당선되는 국회의원. 이렇게 부여받은 임기를 한 의원이 제멋대로 '나눠 먹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임기 나누기'를 시도한 당사자는 미래통합당 정종순 충남 공주시 의원. 정 의원은 지난 2일, 비례대표 후순위 후보인 A씨와 의원직을 나누어 수행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 의원이 임기 중에 사퇴하면, A씨가 의원직을 이어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을 때, 다음 순번인 비례대표에게 의원직이 넘어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임기 나누기에 대한 '합의서'까지 공개되며, 국민의 선택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시민들로부터 맞을 매도 달게 받고 당에서 징계를 내린다면 감수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국민 입장에서 괘씸해도,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런지 알아봤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시 의원 임기 4년을 반반씩 나눠 하자" 합의

'임기 나누기'는 지난 2018년 합의된 사안이다.


정 의원과 A씨는 당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비례대표 1번과 2번 후보로 만났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이들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임기를 2년씩 나눠서 활동하자는 것이었다.


합의서에 따르면 정 의원은 전반기, A씨는 후반기였다.


시 의원 임기는 4년이다. 따라서 합의서대로라면 전반기가 흐른 시점인 지난 6월, 정 의원은 사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합의서를 지키는 대신 의원직을 끝까지 수행하는 것을 선택했다.


선거법 위반 아닐까? 금품 오간 것 아니라면 '임기 나누기'는 법 위반 아냐

변호사들은 정 의원의 '임기 나누기'는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식적으로는 대단히 부적절해 보이지만, 합의서 작성과 그 내용 모두 위법 사항이 아니라는 취지다. 즉, 정 의원의 당선 무효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합의서 작성이 금품이나 이익 제공 등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도 "이번 사안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또는 형법상 직접 적용되는 규정이 없다"며 "선거의 관리와 집행 등 선거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거나, 당선인 결정에 위법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는 합의서를 쓴 A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는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의 내용과 달리 의원직 유지 의사 밝힌 정종순 의원⋯손해배상 책임질 수도

정종순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으면서, 합의서 내용은 파기됐다. A씨는 합의서를 근거로 정 의원에게 사퇴를 강요할 수 있을까.


박예지 변호사는 "의원직은 유권자들의 투표에 의하여 주어지는 직책으로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며 "사퇴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를 근거로 사퇴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원직'은 애초에 합의를 통해 갖고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개인 간의 합의를 이유로, 의원직 사퇴까지 강요할 수 없다는 취지다.


신동호 변호사는 "정종순 의원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A씨가 그 이행을 강제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씨가 합의서 내용을 어긴 정 의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있다.


방정환 변호사는 "합의서는 당사자 사이에 효력이 있기 때문에, 의원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A씨가 합의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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