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기꾼을 용서하고 숨진 피해자, 그가 남긴 믿기 힘든 마지막 말
[단독] 사기꾼을 용서하고 숨진 피해자, 그가 남긴 믿기 힘든 마지막 말
피해자는 재판 중 사망
피해자 생전 진술 "잘못 있으면 처벌받고 다시 와라"
판사 "피해자의 따뜻한 마음, 평생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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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만 원을 속여 빼앗은 사기꾼에게 피해자는 끝까지 원망 대신 따뜻한 말을 남겼다. /셔터스톡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고, 나중에 다시 찾아오면 새롭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자신을 속여 2700만 원을 뜯어낸 사기꾼을 향한 피해자의 마지막 진술이었다. 법원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따뜻한 마음을 기리며, 그의 믿음을 배신한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김미진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7월 16일 밝혔다.
새벽 3시, 눈물로 시작된 거짓말
피고인 A씨는 배달대행업체를, 피해자 B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서로 알게 된 사이였다. 비극은 2023년 7월 12일 새벽 3시,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A씨는 B씨 아내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울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술집에서 폭행사고가 났는데, 합의금 100만 원이 당장 필요합니다. 이틀 안에 꼭 갚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A씨는 이미 폭행 사건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받아 합의금이 필요 없는 상태였다. 당시 1억이 넘는 개인 빚에 시달리던 그는 채무 돌려막기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B씨를 속인 것이었다.
B씨의 선의를 이용한 A씨의 거짓말은 두 달간 13차례나 이어졌다. 그는 '아버지가 대출받아 갚아주기로 했다', '법원 공탁금이 더 필요하다', '사채업자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총 2700만 원을 뜯어냈다.
결국 약 1700만 원을 갚은 뒤, A씨는 남은 1000만 원에 대한 채무 확인서를 써주고는 연락을 끊었다.
세상 떠난 피해자의 마지막 한마디, 법정을 울리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갚을 의사가 있었다"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의 무게추를 움직인 것은 피고인의 변명이 아닌,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B씨의 마지막 말이었다.
B씨는 재판이 진행되던 중 사망했고, 법원은 생전 그의 경찰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다. 진술서 말미에는 B씨가 A씨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담겨 있었다.
"피고인이 틱 장애 등으로 고생하지만 성실하게 생활한다고 믿었습니다.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그를 도와주었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고, 나중에 다시 나한테 찾아오면 새롭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끝까지 자신을 속인 A씨를 향한 원망 대신, 처벌 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고 싶다는 B씨의 진심이었다.
"피해자의 따뜻한 마음, 평생 기억하길"…재판부의 당부
법원은 A씨가 B씨의 신뢰를 배신한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피해자 B씨가 남긴 용서의 마음에 무게를 뒀다.
A씨는 B씨 유족과 "남은 1000만 원을 매월 10만 원씩 8년간 갚겠다"고 합의했고, B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아내에게 매달 돈을 보내고 있었다.
김미진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따뜻한 마음을 평생 기억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피해자의 배우자에게 소액이라도 변제를 계속하고, 바르게 살기를 당부한다"고 판시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4고단691 판결문 (2025. 7. 16.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