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통째로 북한에 납치된 지 50년⋯"정부, 모든 수단 동원해 해결할 의지 있나"
비행기 통째로 북한에 납치된 지 50년⋯"정부, 모든 수단 동원해 해결할 의지 있나"
1969년 대한항공(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 정부 상대 질의서 제출

피해가족회의 황인철 대표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와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듣기 원한다”고 말했다. / 전환기정의워킹그룹
50년 전 강릉발 비행기가 대관령 상공에서 통째로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승객으로 위장한 간첩이 여객기가 이륙하자 조종실로 들어가 강제로 항로를 바꿔 38선을 넘게 한 뒤, 함흥시 연포 비행장에 착륙시킨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북한은 납치 66일 만에 50명의 납북자 중 39명을 송환했다. 하지만 나머지 11명은 아직까지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2시,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대표 황인철·이하 '피해가족회')’가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앞으로 질의서를 공개적으로 제출했다. 질의의 핵심은 “납북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할 의지가 있느냐”이다.
피해가족회는 50년이 넘도록 가족 송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정부의 분명한 행동을 촉구해 왔다. 국제사회 역시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3년 이후 해마다 채택해온 북한인권 결의안에서, 유엔 총회는 2006년 이후 해마다 채택해온 북한인권 결의안에서 북한의 외국인 납치를 규탄하며 북한의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2014년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도 이 사건이 언급됐고, 2019년 5월 9일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의 제3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는 여러 국가가 납북자 석방을 비롯한 북한의 적절한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황인철 대표는 협력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이영환)의 신희석 법률분석관과 함께 마련한 다음과 같은 질의문을 발표했다.

1. 한국 정부는 COI 보고서,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 북한 UPR 권고에 따라 1969년 KAL기 납치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습니까?
2. 그러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한국 정부는 KAL기 납치 피해자의 송환 등 보편적 인권·정의 실현을 위하여 (1) 북한과의 정부간, 적십자간 기타 양자간 대화, (2) 유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서의 다자외교, (3)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여론 조성 차원에서 각각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까?
3. 한국 정부는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7.4 남북 공동성명, 6.15 남북 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등을 근거로 북한에 KAL기 납치 피해자의 송환 등 보편적 인권·정의 실현을 요구할 계획이 있습니까?
4. 한국 정부는 북한에 1963년 항공기내에서 행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협약(도쿄 협약), 1970년 항공기의 불법납치 억제를 위한 협약(헤이그 협약), 1971년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의 억제를 위한 협약(몬트리얼 협약), 1979년 인질억류방지에 관한 국제협약 등 남북한이 당사국인 반테러협약을 이행하여 KAL기 납치 피해자의 송환 등 보편적 인권·정의 실현을 요구할 계획이 있습니까?
5. 한국 정부는 KAL기 납치 피해자의 송환 등 보편적 인권·정의 실현을 위하여 1970년 헤이그 협약 제12조 제1항이나 1971년 몬트리얼 협약 제14조 제1항의 분쟁해결 규정을 활용하여 협상, 중재,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고려하고 있습니까?
특히 헤이그협약과 몬트리올 협약은 북한이 유보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석이나 적용상 분쟁에 대한 협상, 중재 요청 6개월 후 ICJ에 한국이 북한을 제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영환 TJWG 대표의 설명이다.
비행기 납치 사건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과 대책을 충분히 강구하여 이행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부작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처럼 국가의 위헌적 부작위가 문제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군위안부의 배상분쟁 해결 부작위 사건’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64명은 2006년 7월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 국가의 부작위로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결정(2006헌마788)려을 내렸다.
이러한 취지는 원폭피해자 배상청구권 사건(2006헌마648)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됐다. 헌재는 “협정 제3조에 의한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가는 것만이 국가기관의 기본권 기속성에 합당한 재량권 행사”라며 “국가의 부작위로 인해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가 초래되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했다.
한편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는 일찍이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문제였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주로 남파간첩의 일본어 교육 및 신분 도용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7~1983년까지 북한-일본 간 최대 현안은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피해자 11명'이었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2년 9월 평양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피해가족회의 황인철 대표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납북피해가족단체가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국민적 성원을 받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더하여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와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듣기 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