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과 지식재산 (5)]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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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과 지식재산 (5)]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응원한다

2021. 05. 14 11:45 작성2021. 05. 14 2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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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jung@soul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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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한국이 세계 최강의 반도체 생산국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급격히 위치가 바뀌어 지금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흔히들 한국이 세계 최강의 반도체 생산국가로 알고 있다. 물론 작년, 재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반도체 생산 기업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급격히 위치가 바뀌어 지금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규모가 대만 TSMC에 크게 뒤졌고,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의 기업들도 많이 추격해 오고 있는 상태다.


만일 그렇게 되면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35%나 되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경기불황이나 국가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불과 2~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런 위기의 근본원인은 뭘까, 새로운 반전의 기회는 없을까,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다.


반도체 강국의 명과 암⋯생산 강국에서 원천기술 강국으로 거듭나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지식재산권 측면에서 보면,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는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분야와 비메모리 분야로 나누어진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는 비메모리 분야이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시장은 30%인데, 삼성전자가 주로 생산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뿐이다.


즉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웨어에 해당하고 메모리 분야는 하드웨어에 해당되는데, 비메모리의 원천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거의 미국의 R&D 기업들이고, 일부 유럽·일본 기업도 있다. 그래서 한국이나 대만은 해외 기업이 비메모리를 만들면 그들로부터 하청을 받아서 생산하는 구조이다. 즉 30%의 메모리 시장을 가지고,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마이크론, 한국 SK하이닉스 등 여러 기업이 나누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사실상 껍데기만 갖고 있는 것이다. 비메모리 원천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이 여전히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트북 컴퓨터에 내장되는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비메모리(팹리스·Fabless) 회사인 엔비디아(NVIDIA)는 직원 1만 5000명으로 연구개발만 하고 생산시설은 없는데도, 전 세계 약 50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삼성전자와 시가총액이 거의 맞먹는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퀄컴 칩 역시, 설계는 퀄컴에서 하고 생산은 삼성에 OEM 방식으로 맡겨서 하고 있다. 그 대가로 삼성은 퀄컴에 지식재산권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이다. 이것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바이오 분야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나 셀트리온이나 자체 신약이 없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만든 신약을 OEM 방식으로 생산해 주는 것이 기본적 사업모델이다.


우리나라든 대만이든 반도체 '생산' 강국이지 'R&D' 강국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휴대폰이 작으면서도 고(高)사양이 되려면 조그만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야 되는데, 한국과 대만은 하드웨어 쪽으로만 발달되어 있고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반도체 후발기업인 삼성전자나 TSMC는 모두 핵심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단지 메모리 반도체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응용기술을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발전시켜서, OEM방식의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패권국가들의 동향

이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득은 남이 가져가는 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해서 진정한 반도체 선진국가로 발돋움 하려면, 지금부터 비메모리 연구·개발 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고객 수요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분야 진출을 선언하였고, 그 일환으로 미국 또는 유럽의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를 M&A 인수하려고 시도하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특히 인수대상 업체 가운데 하나로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가진 NXP도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M&A는 지식재산권 문제만이 아니라 안보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돈만 있다고 인수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국가 간에 상호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진출계획에 미국 정부도 어느 정도 승인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를 인수하려고 줄다리기 하는 도중에 멈추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든 대만이든 반도체 '생산' 강국이지 'R&D' 강국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해서 진정한 반도체 선진국가로 발돋움 하려면, 지금부터 비메모리 연구·개발 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나라든 대만이든 반도체 '생산' 강국이지 'R&D' 강국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해서 진정한 반도체 선진국가로 발돋움 하려면, 지금부터 비메모리 연구·개발 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장차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가 오면, 차량 한 대에 반도체가 2000개 가까이 들어가는데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만든 반도체는 겨우 10개 남짓하다고 한다. 그것이 한국 반도체 기술력의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 반면 일본은 그런 쪽으로 투자를 많이 했고, 그런 면에서 양국 간에 상호 협력의 시너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국이 처한 상황은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쪽에 중점 투자하면서 고용시장 측면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고, 일본 기업의 창의적인 설계 역량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체적인 반도체 설계능력과 4차 산업혁명에 적용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항상 불안한 위치에 놓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만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R&D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면, 대만의 TSMC를 뛰어넘을 계기가 될 것이다. 대만도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회사를 못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든 대만이든 해외 R&D 기업에서 만든 비메모리 기술을 받아서 OEM 생산을 해줘야 하는데, 원천기술 보유국가인 미국 정부의 기조를 따르지 않으면 상호 협력관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에서 메모리 생산을 전부 대만을 밀어주게 된다. 그동안 애플에 들어가는 모든 반도체를 거의 다 삼성에서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대만에 밀어줄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삼성은 점점 더 소외될 수가 있다. 이것은 한국 경제를 위해서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기후 여건이나 국제교역 조건상 불리한 대만 기업에 순식간에 뒤처진 이유를 지식재산권 문제나 경제논리만 따질 수는 없다. 대만 정부는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하지 말라고 하니까, 즉시 금지를 해 버렸다. 그동안 중국에 수출을 많이 하다가 중지하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미국 정부가 더 많은 물량을 밀어주는 덕택에 매출이 훨씬 더 늘어났다. 그 결과 TSMC는 반도체 하나만 생산하는데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온갖 계열사를 거느리고, TV·가전제품·휴대폰까지 생산·판매하는데도 시가총액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과 기술'의 협력

그런데도 우리 정부나 국회는 당면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 원천기술 없이 반도체 굴기를 추구하던 중국 정부의 정책적 모순과 한계를 내다보지 못하고, 그에 대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단호한 기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세계 최고 기업의 총수를 가둬놓고 반도체 강국을 만든다고 특별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니 어색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일부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가 높다고는 하지만,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삼성 임직원들의 인식도 적지 않게 염려된다. 가만히 있어도 고액 연봉이 나오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아직 메모리 강국이고,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현실에 만족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반도체 원천기술의 부재라는, 우리 한국이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 선진국과의 국제적 연대 및 협력이 선결과제이다. 그리고 메모리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신규투자 결정을 내려서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품종 소량생산의 비메모리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기술과 솜씨를 최우선으로 하는 장인정신(匠人精神)이 꼭 필요하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1974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50년 가까이 흘렀다. 당시 모두들 반도체 사업에 비관적이었지만, 1993년 이건희 2대 회장의 열정이 담긴 제2창업 선언을 계기로 세계 초일류의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후발주자로서 LG-현대-SK로 이어지는 기나긴 좌절의 시간을 거쳐 오늘날 국내 2위,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사업보국 정신으로 출발하여 어느덧 세계일류가 되었고,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전체 인류에 공헌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국 원천기술의 확보'에 있다. 그것이 단숨에 이루어질 수 없기에, 원천기술 보유국가와의 원만한 협력관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에 역행하는 반일·반미 정서는 국익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지금 우리들은 오히려 일치단결해서 반도체 기업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해 주어야 한다. 사법부 및 검찰도 그들에게 준법경영을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사업보국의 긍지와 외곬의 장인정신까지 빼앗아서는 안 된다. 법은 과거의 반영이지만, 기술은 미래의 반영이기 때문에 '법과 기술'을 충돌 내지 긴장관계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걱정하고 응원하면서, 그들에게 한국의 희망찬 미래를 부탁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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