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길고양이 살해범에게 내려진 '징역 6개월' 실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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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길고양이 살해범에게 내려진 '징역 6개월' 실형의 의미

2019. 11. 21 20:00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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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가게에서 키우던 고양이, 잔인하게 죽인 한 남성

동물 학대 사건 대부분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 내려졌지만⋯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실형 받은 건 이번이 처음

지난 7월 13일 정모(39)씨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 식당에서 기르던 고양이 '자두'를 잔인하게 죽인 혐의로 재판에 섰다. 이날 정씨는 예상을 깨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유튜브 '무지개동산' 캡처

권리엔 마침표가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인 계기를 맞는다. 21일 대한민국에서는 '동물권(權)'이 그런 순간을 맞았다.


법원은 경의선 숲길에서 두 살 암컷 고양이 '자두'를 잔인하게 살해한 피의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과거 아무리 심한 학대를 가해도 처벌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벌금형 정도가 나왔던 것에 비하면 '이정표'라 부를 수 있을 만한 판결이다.


법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날 선고가 사실상 최초인 셈이다.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 예상했지만⋯집행유예 없는 실형

사건의 시작은 여느 동물 학대 사건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월 13일 오전 8시쯤 정모(39)씨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 식당에서 기르던 고양이 '자두'쪽으로 다가갔다. 세탁 세제를 묻힌 사료를 먹으려 했으나 먹지 않자 갑자기 '자두' 꼬리를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곧장 땅바닥에 내리쳤다. 몸이 축 늘어질 때까지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후 머리를 짓밟아 죽였다. "고양이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지른 범죄였다.


이 장면은 가게 CC(폐쇄회로)TV가 고스란히 찍었다. 영상이 공개되면서 정씨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에 호응하듯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때만 해도 "이 사건 역시 다른 동물 학대 사건처럼 '솜방망이 처벌'로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최근 3년 동안 수사기관에 접수된 동물 학대 사건만 봐도 그랬다. 경찰에 신고된 575건의 동물 학대 신고 중 처벌받은 경우는 70건에 불과하다. 8건당 1건꼴이다. 그나마 그 '1건'도 대부분이 벌금형이었다.


하지만 '자두' 사건의 결말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7단독 유창훈 판사는 이날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피의자 정〇〇를 법정구속한다"고 선고했다.


결과가 알려지자 동물 단체를 중심으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보호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어왔던 국민들에게 더이상 한국 사회가 동물 학대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판사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은 고양이를 학대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가족처럼 여기던 고양이를 잃은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달라진 관점⋯반려동물 '물건'→'생명체'

사법부의 이런 흐름은 최근 다각도로 감지됐다.


반려견을 다치게 했다면 치료비뿐 아니라 주인에게 "정신적 고통은 준 데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한 판결이 대표적이다. 현행 민법 체계에서는 '물건'인 반려동물은 원래대로라면 위자료 지급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법원은 '반려동물은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이런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부(재판장 황기선 부장판사)는 지난 8월 반려견 주인 A씨가 동네 주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2심에서 "B씨는 치료비 86만원과 위자료 50만원 등 모두 136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장애 1급이던 A씨는 지난 2013년 여름 어머니와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그때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B씨의 개가 A씨 개를 공격했다. A씨의 개는 근육 출혈·괴사 등 상해를 입고 동물병원에서 100만원 상당의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치료비와 함께 정신적 위자료 등 총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으로는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물건과는 구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반려견의 주인은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을 나누고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또 "장애 1급인 A씨가 애정과 정성으로 개를 키워왔고, 자신의 개가 물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도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A씨에게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 위자(慰藉·위로하고 도와줌)해야 하며 그 액수는 5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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