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잡을 기회 두 번 걷어찬 경찰…검찰이 '이사 간 이웃'까지 찾아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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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잡을 기회 두 번 걷어찬 경찰…검찰이 '이사 간 이웃'까지 찾아 나선 이유

2025. 08. 22 14:2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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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형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3년 전, 그는 어쩌면 "이제 다 끝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한 집에 살던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됐지만, 사건은 '증거 없음'으로 종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묻힐 뻔했던 진실은 끈질긴 추적 끝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자고 일어났더니 동생이 죽어있었다던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이 두 번 덮은 사건, "타살 의심된다"는 부검 결과

사건은 2022년 6월 3일, 충북 청주의 한 주택에서 시작됐다. "자고 일어났는데 동생(B씨)이 죽어있다"는 형 A씨의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발견한 B씨의 시신은 복부와 가슴에 멍이 들어 있었다.


함께 있던 어머니는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형 A씨는 "동생이 평소 질환을 앓았고, 혼자 구르거나 창틀에서 뛰어내리곤 했다"며 자해 가능성을 암시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가족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사인은 '외부의 힘에 의한 장기 파열과 뇌출혈', 명백한 타살이 의심된다는 소견이었다.


경찰은 형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했지만, 1년여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부검 결과를 뒤집고, 가족의 진술에 무게를 실어 '자해 사망'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검찰, 이례적인 2번의 재수사 요구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검찰이 제동을 걸었다. 2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김강호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검찰이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재수사를 요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이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경찰이 용의자인 형의 휴대전화나 통화기록, CCTV 확보 등 기초적인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9개월 만에 또다시 "특이사항 없음"이라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


결국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다. 사건 발생 2년이 흘러 A씨 가족이 살던 집은 재개발구역으로 변했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아들이 맞아 죽었다" 흩어진 이웃들이 기억한 그날 밤

검경 전담팀은 이사 간 이웃들을 수소문해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했다. 한 주민은 "사건 당일 새벽, 술에 취한 형이 달아나는 동생을 집 마당까지 쫓아가 폭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주민은 B씨의 시신이 실려 나간 뒤, 어머니가 "아들이 맞아 죽었다"며 마당에서 울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수사팀은 자택에서 혈흔이 튄 흔적을 찾아냈고, A씨가 평소 알코올 중독 수준으로 술을 마시며 동생에게 스트레스를 폭행으로 풀어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결국 A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1심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살인범 풀어줄 뻔한 경찰, 징계는 '정직·감봉'

진실은 밝혀졌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부실 수사로 살인범을 놓칠 뻔했던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정직 2개월, 감봉 3개월 등의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심지어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고도 탐문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민 담당 경찰관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강호 변호사는 "전남 고흥에서 발생한 아내 살해 사건에서도 경찰이 단순 상해로 판단했지만, 검찰의 재수사로 살인죄가 입증돼 징역 12년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며 "이때도 관련자들은 경징계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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