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 받는 것 불법? 복지부 "불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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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 받는 것 불법? 복지부 "불법 아니다"

2020. 11. 17 20:36 작성2020. 11. 17 2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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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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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법 제24조'에 따라 "불법"이라는 분석 많았지만

해당 법률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 직접 확인해 보니 "불법 아니다"

방송인 사유리가 "한국에서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취재 결과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유리 SNS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방송인 사유리(41)가 '자발적 비혼모(母)'가 됐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에 '비혼 여성의 출산할 권리'라는 화두를 던졌다. 17일 하루 종일 "비혼 여성에게도 아이 낳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유리가 "한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이 불법이었다"고 하면서 이같은 논란은 더욱 커졌다.


로톡뉴스는 우리 법률이 비혼 여성의 출산을 어떻게 막고 있는지, 이를 넘어서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확인해봤다. 그러던 중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도 정자 기증⋅시험관 방식을 통한 비혼여성의 출산은 합법이었다. 법이 허락하고 있는 시술을 병원이 자의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는 17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막고 있는 것일 뿐, 법으로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 받는 것,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법이 비혼 여성의 출산을 금지하고 있다"는 무수한 오보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조항은 한 가지였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제24조.


이 조항은 의료기관이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에는 '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가 있는 기혼 여성의 경우 남편의 서면 동의를 받으라는 취지지만, 언론에서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엔 시술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미혼 여성의 정자 기증이 불법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해줬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미혼 여성의 정자 기증이 불법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인해줬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하지만 로톡뉴스가 이날 통화한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며 "관행상 꺼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거지 법으로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미혼 여성은 정자 기증을 받을 수 없다는 해석이 틀렸다는 뜻이었다.


해당 관계자는 "미혼 여성의 시술을 어렵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닌 학회나 병원"이라면서 "현행법상에는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불법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은 법률에도 없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혼 여성에 대한 시술을 막는 것이 된다.


실제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확인해봤다. 지침에는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조건 중 하나로 '체외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 관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었다.


불법 아닌데 시술 안 해주는 병원⋯헌법소원 해볼 수 있을까

법에도 없는 '금지'를 시행 중인 병원을 상대로, 미혼 여성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상당히 까다롭다"고 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한중의 이승은 변호사, 법률사무소 지율 S&C의 송진성 변호사,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법무법인 한중의 이승은 변호사, 법률사무소 지율 S&C의 송진성 변호사,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한중의 이승은 변호사는 "개인 병원 또는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 가이드라인은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소원은 '국가기관의 행위'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병원이 국립병원일 경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지율 S&C의 송진성 변호사 역시 "민간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해당 가이드라인이나 윤리지침도 대한산부인과 협회라는 민간단체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병원과 개인 간의 사적 계약 영역"이라고 했다. "민간의 영역에서 '차별'을 다투기는 좀 어려운 문제"라고 송 변호사는 말했다.


법무법인 지향의 김영주 변호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우리나라 법체계가 정상적인 가정, 즉 엄마와 아빠 등 항상 정상 가정을 전제로 하여 법제가 만들어져 있다"며 "이 법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런 경우에 절차에 대해서만 규정돼 있고 조금만 달라져도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더 깊이 고민하고, 법 절차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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