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복구 먼저'라는 건물주…보증금 안 주면 '버티기'는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
'원상복구 먼저'라는 건물주…보증금 안 주면 '버티기'는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
법원 '보증금 반환과 원상복구는 동시이행 관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괘씸하다', '법대로 하자'.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임차인에게 돌아온 것은 건물주의 협박성 문자였다.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난 지 수개월, 하지만 보증금은 감감무소식. 원상복구를 먼저 하라는 건물주와 보증금부터 받아야겠다는 임차인 A씨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돈부터 줘야 공사하죠…법의 저울은 누구 편일까?
상가 임차인 A씨는 지난 6월 계약이 만료됐지만, 수개월째 보증금 잔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영업은 종료한 상태.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A씨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도 대항력을 유지시켜주는 제도)까지 신청해 등기를 마쳤다.
지난 13일, A씨는 건물주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보증금 전액을 입금하면 즉시 원상복구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원상복구 완료 후 연락 달라'는 싸늘한 답변과 '불법 점유로 인한 손해배상 소장을 보내겠다'는 협박이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법적으로 타당할까. 핵심 쟁점은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 중 무엇이 먼저 이행되어야 하는지다.
다수 법률 전문가는 두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며 "이는 어느 한쪽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 상대방의 의무 이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권리"라고 설명했다.
즉, A씨가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원상복구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의미다.
'불법 점유'라는 건물주, 되레 '배상금' 물 수도
건물주가 '불법 점유'라며 손해배상 소송까지 예고했지만, 이 주장 역시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우리 대법원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임차인이 상가를 계속 점유하더라도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다32585 판결).
A씨가 이미 적법한 권리 확보를 위해 임차권등기명령까지 마친 점도 유리한 대목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를 완료한 상태이므로 불법점유에 대한 임대인의 주장은 방어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건물주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A씨는 보증금 반환이 늦어진 기간에 대해 '지연손해금'까지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저울은 계약상 의무를 먼저 저버린 건물주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고 있었다. A씨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