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로 아이 기다리던 아내에게 날아온 건 '피의자신문 출석요구서'…남편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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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로 아이 기다리던 아내에게 날아온 건 '피의자신문 출석요구서'…남편의 정체는

2026. 03. 19 11:54 작성2026. 03. 19 11:54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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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앱 변호사 사칭에 사기·명예훼손·이혼까지 '첩첩산중'

사기 및 업무방해죄 처벌 가능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간절하게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기다리던 아내에게 날아든 한 통의 우편물. 봉투에 적힌 '피의자신문 출석요구서'라는 글자는 5년 차 평범한 부부의 일상을 산산조각 냈다. 우편물의 수신인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남편의 비밀은 충격적이었다. 직업과 재력을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을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라고 사칭해 온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을 뒤져 자신과 이름이 같고 얼굴이 비슷한 실제 변호사를 찾아내 교묘하게 도용하기까지 했다.


이 기막힌 이중생활은 앱에서 만난 한 여성이 해당 로펌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면서 꼬리가 밟혔다. 피해 여성은 남편을 사기 및 사칭 혐의로 고소했고, 로펌 측 역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육체적인 관계는 절대 없었다"며 "변호사나 재벌 2세 행세를 하면 현실에서 진짜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무릎을 꿇고 매달리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이혼을 고민하면서도 참담한 심정에 빠졌다.


육체적 관계 없어도 이혼 가능⋯신뢰 훼손이 핵심


남편의 주장대로 육체적인 외도가 없었다면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1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정은영 변호사는 "남편이 소개팅 어플을 통해 여러 여성을 만난 행위는, 육체적 관계가 없더라도 혼인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민법 제840조 제1호 '부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부정행위를 간통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정은영 변호사는 이어 "변호사 사칭, 형사사건 발생,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으로 혼인관계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기에, 이는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무릎을 꿇고 이혼을 거부하더라도, 이미 신뢰가 완전히 깨졌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칭으로 끝날 문제 아냐⋯사기·명예훼손·업무방해 '첩첩산중'


가정 파탄을 넘어, 남편이 마주한 법적 책임 무게도 가볍지 않다.


정은영 변호사는 "단순히 직업을 거짓말한 것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진짜 변호사와 로펌의 이름을 도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특정 로펌 변호사를 지칭하며 행세하면서 그 변호사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경우 명예훼손죄 또는 업무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법률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단순 연애 목적으로 사칭했기에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할 여지는 적다고 봤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은영 변호사는 "항의 방문, 평판 저하, 고객 이탈 등 구체적 손해가 입증되면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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