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간 호텔에 갇혀 있었다"...2030 홀리는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
"14일간 호텔에 갇혀 있었다"...2030 홀리는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
검찰 사칭에 속아 스스로 고립된 30대 여성, 피해액 9500만원
변호사 "호텔 감금 수사는 없어"
범인들, '공무집행방해' 운운하며 고립 유도

모텔에 붙어 있는 피싱 예방 포스터 모습. /연합뉴스
"당신 명의가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지금부터 외부 연락을 끊고,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검찰의 지시를 따르십시오."
30대 직장인 A씨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 검사는 구속영장을 언급하며 A씨를 압박했다. 겁에 질린 A씨는 "협조하면 구속 대신 호텔에서 보호관찰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무려 14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호텔에 머물렀다. 그 사이 A씨의 통장에서 9500만원이 빠져나갔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가두는 일명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2030 세대를 겨냥한 이 수법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고립시켜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2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신종 보이스피싱의 실태와 대처법을 파헤쳤다.
"가족에게 알리면 처벌"... 고립을 무기로 삼다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의 핵심은 '가스라이팅'이다. 범인들은 피해자에게 "사건 내용을 발설하면 가족 등 관련자들까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다"고 겁박하며 철저히 고립시킨다.
로엘 법무법인 전수련 변호사는 방송에서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을 폭행·협박하거나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라며 "단순히 가족에게 사건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호텔에 감금해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체포 및 불법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검찰이 호텔 감금 조치를 하는 경우는 없으니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2030이 타겟인가?
과거 노년층을 주로 노렸던 보이스피싱이 2030 세대로 타겟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전 변호사는 "사회 초년생들은 범죄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오히려 범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통제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A씨 역시 구속영장 링크를 클릭했다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조작된 문서를 보고 꼼짝없이 속아 넘어갔다. 범인들은 "금감원 재심사 동안 임시 조치를 해주겠다", "기존 폰은 수사 중이니 임시 폰을 개통하라"는 등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짰다.

내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미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 변호사는 "112나 1332(금융감독원)에 신고해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범인들이 검거되지 않더라도 대포통장에 잔액이 남아있다면 피해 구제 절차를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인들이 이미 돈을 인출해갔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때는 범인 검거 후 형사 합의나 배상명령 신청, 민사 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아야 한다.
전 변호사는 "은행 역시 전자금융거래법상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 책임이 있다"면서도 "이용자의 중과실이 인정되면 책임이 제한될 수 있어, 피해자가 속아서 이체한 경우 배상받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예방 대응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