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고분 위에 주차한 SUV 차량 주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총정리해봤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주 고분 위에 주차한 SUV 차량 주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총정리해봤다

2020. 11. 18 19:15 작성2020. 11. 18 19:39 수정
성소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oy@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고분 훼손 있었다면 문화재보호법상 제92조와 제99조 적용 가능

고분 훼손 없었더라도 제97조와 제101조로 처벌 가능

언덕 위에 올라가 있는 흰색 SUV 차량이 며칠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유는 바로 그 언덕이 '신라 고분', 바로 문화재였기 때문이다. /보배드림⋅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며칠 새 사람들의 분노를 부른 사진 한 장이 있다. 언덕 위에 흰색 SUV 차량이 올라가 있는 사진이었다. 언뜻 보면 '무엇이 문제인가' 싶을 만큼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 언덕이 사실은 문화재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경주의 쪽샘지구 79호분 위. "샘에서 하늘색과 같은 쪽빛(짙은 푸른빛)이 비칠 정도로 맑은 물이 솟아난다"는 데서 유래한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묘역으로 알려져, 경주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꼽히는 장소다.


문제의 SUV 차량은 높이 10m에 이르는 고분 정상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경주시는 "문화재 훼손 여부를 확인 후 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논란이 점점 커지자 하루 만에 문화재청이 나서서 "차량 소유주를 파악했고 관련자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강경한 발표를 내놨다. "SUV 차량으로 인해 경사면에서 정상까지 차량 바퀴 흔적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 SUV 차량의 주인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변호사와 함께 분석해봤다.


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올라간 행위 자체만으로 문화재보호법 위반

결론부터 말하면, 차량 주인의 처벌은 확실해 보인다.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는 "SUV 차량 주인은 어떤 형태로든 벌금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고분에 올라간 행위 자체만으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 제101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문화재나 임시지정문화재의 관리행위를 방해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경주 시가지에 있는 무덤들은 모두 사적 제512호로 지정돼 경주시의 관리를 받고 있다. 따라서 무덤 위에 차량을 주차한 것은 경주시의 관리 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해당 법 위반이다.


실제로 해당 고분을 관리하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도 18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훼손이 안 됐다 하더라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일단 제101조를 적용해, 고발 조치하라고 (경주시에)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박지영 변호사는 "훼손이나 손상이 없었음에도 들어가지 말라는 표식을 무시하고 들어간 자체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다만, 진입금지 표식 등이 없어 얕은 산으로 착각했거나 문화재로 인식이 힘들게 한 경우라면 재판에서 다툴 여지는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는 "정비 공사 중이니 들어가지 않도록 안내하는 형태로, 고분 주위에 울타리 비슷한 노란 로프가 처져 있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고분 근처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인식할 수 있는 형태의 안내 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이를 어기고 들어갔으니 문화재보호법 제101조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로톡 DB


고분이 조금이라도 망가졌다면⋯벌금형 없는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적용

만약, SUV 차량의 주차로 고분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갔다면 문제가 더 커진다. 이 경우 앞서 적용된 법 조항 보다 훨씬 처벌이 무거운 혐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손상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제1항)는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형법상 강간죄와 동일한 수준의 중범죄다.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정확한 판례는 없어 판단이 어렵지만 대법원의 '재물손괴' 해석을 비추어 봤을 때 해당 법으로 처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1971년 이래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손괴죄’를 해석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차량의 무게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눌림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최소한 일시적으로 문화재로서 활용 가치를 감소시켰다고 볼 수 있어 보여,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적용이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박지영 변호사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고분 내부가 흙으로 전부 메워진 것이 아니어서 내려앉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적용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만약, 고분의 상태가 '훼손'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고 결론이 난다면 처벌을 피할까. 아니다. 해당 법은 미수범(제97조)도 역시 처벌하고 있다. 김태연 변호사는 "미수범이 적용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다른 법 조항이 적용될 수도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99조다. 여기서는 "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도 "문화재보호법 제101조와 함께, 제99조도 적용도 가능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