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인출하라'는 전화 믿은 70대, 중고거래 나온 휴직 경찰 만나 600만원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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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인출하라'는 전화 믿은 70대, 중고거래 나온 휴직 경찰 만나 600만원 구했다

2025. 12. 04 19:4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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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중인 경찰관, 거래 상대방의 보이스피싱 징후 포착

600만원 피해 모면 /서울경찰 유튜브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중고거래 앱을 통해 약속을 잡은 70대 여성 B씨는 현금 600만 원을 인출한 채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약속 장소에 나온 거래 상대방은 30대 여성 A씨. 단순한 물건 거래로 끝날 뻔했던 이날의 만남은, A씨가 건넨 "왜 늦으셨냐"는 질문 하나로 순식간에 범죄 예방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범죄 조직의 지시에 따라 거액을 잃을 뻔했던 B씨를 구한 것은, 우연히 거래 상대로 나온 휴직 중인 경찰관 A씨의 예리한 '직감'이었다.


"신분증 도용됐다" 600만 원 인출 유도한 '그놈 목소리'

사건은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골목에서 발생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거래하기로 한 A씨와 B씨. 그러나 구매자인 B씨는 약속 시간보다 15분이 지나서야 허겁지겁 모습을 드러냈다. 늦은 이유를 묻는 A씨에게 B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경찰 사칭 보이스피싱에 속은 70대, 중고거래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진짜 경찰'의 기지로 600만 원 피해 막았다. /서울경찰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내 신분증이 도용됐다는 연락이 왔다. 은행에서 돈을 찾아놓으라고 해서 급하게 다녀오느라 늦었다."


B씨는 이미 범죄 조직의 치밀한 가스라이팅에 넘어간 상태였다. 범인들은 B씨에게 "돈을 인출해서 가지고 있어라",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며 입단속까지 시킨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수법이었으나, 당황한 고령의 피해자는 이를 실제 공권력의 적법한 지시로 오인하고 있었다.


"제가 강서서 경찰입니다"… 거짓말 꿰뚫은 '진짜'의 직감

B씨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A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필 범인들이 사칭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A씨가 실제로 소속된 근무지였다. 현재 휴직 중이었던 A씨는 즉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어머니, 제가 강서경찰서 경찰관입니다. 경찰은 절대로 시민에게 돈을 뽑아서 가지고 있으라고 지시하지 않습니다."


A씨는 B씨를 안심시킨 뒤, 즉각적인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B씨의 휴대전화에 찍힌 발신 번호를 확보해 강서경찰서 내 부서로 조회를 요청한 것이다. 확인 결과 해당 번호는 경찰서에서 사용하지 않는, 조작된 '없는 번호'임이 드러났다.


눈앞에 있는 거래 상대가 진짜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B씨를 인근 지구대로 안내해 피해 신고를 접수하도록 도왔고, 자칫 범죄 조직의 손에 넘어갈 뻔했던 600만 원은 무사히 지켜질 수 있었다. B씨는 "범인이 집에 언제 도착하는지까지 집요하게 물었다"며 "그날 그냥 집에 갔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찰 사칭 보이스피싱, 처벌 수위는?

이번 사건처럼 수사기관을 사칭해 현금을 편취하려 한 행위는 법적으로 매우 위중하게 다뤄진다. 단순히 거짓말을 한 것을 넘어, 조직적인 범죄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1. 사기죄 및 범죄단체가입·활동죄

우선 형법 제347조에 따른 사기죄가 성립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조직적 범죄이므로, 법원은 이를 단순 공범 관계가 아닌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2017도8600)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 관리책, 상담원, 인출책 등으로 역할이 분담된 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순히 전화를 건 상담원이나 현금을 수거하러 온 하부 조직원이라 할지라도 '범죄단체가입 및 활동죄'가 적용되어 형량이 가중된다.


2. 공무원자격사칭 및 공문서위조

경찰관을 사칭한 행위 자체도 별도의 처벌 대상이다. 단순히 신분을 속인 경우 경범죄 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나, 범행 과정에서 위조된 공무원 신분증이나 구속영장 등 공문서를 위조해 보여주었다면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죄,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성립한다. 실제 판례(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4고합197)에서도 경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임의동행하려 한 사안에 대해 공무원자격사칭을 인정한 바 있다.


3. 미수범 처벌 및 민사 책임

이번 사건의 경우 A씨의 기지로 실제 돈이 전달되지는 않았으나, 기망 행위가 있었으므로 사기미수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범죄 조직원들이 검거될 경우, 이들은 형사 처벌 외에도 민법 제760조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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