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미리 냈는데 폐업?…환자 내팽개친 치과 원장이 어긴 '의료법'의 무게
치료비 미리 냈는데 폐업?…환자 내팽개친 치과 원장이 어긴 '의료법'의 무게
"돈 냈는데 문 닫아" 항의하자 경찰 신고한 원장
법조계 "적반하장, 무고죄 가능성"
피해액 인당 최대 3천만원

세종시 치과의원 문 앞에 붙은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세종시의 한 치과 의원이 수십억 원대의 진료비를 미리 받은 뒤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버렸다. 피해자만 40여 명, 피해 금액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황당한 건 원장의 태도다. 폐업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채 "보상은 로펌에 문의하라"는 종이 한 장만 붙여놓고 잠적했다. 심지어 항의하는 환자를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환자들은 돈도 잃고, 치료 시기도 놓치고, 전과자까지 될 위기에 처했다. 이 기막힌 상황,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파서 쉰다"는 핑계, 통할까?… 명백한 의료법 위반
원장 측은 "개인 사정", "입원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명백한 위법 행위다.
의료법(제40조)에 따르면 병원을 폐업하거나 휴업하려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건 환자 보호 조치다. 병원 문을 닫으려면 최소 14일 전에 폐업 예정일, 진료기록부 이관 사항, 진료비 반환 방법 등을 환자가 보기 쉬운 곳에 게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치과는 이런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로펌에 문의하라"는 안내문은 적법한 환자 보호 조치로 볼 수 없다. 이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항의했더니 경찰 불렀다"… 적반하장 원장, 무고죄 역풍 맞을 수도
가장 분통 터지는 대목은 항의하는 환자를 원장이 신고했다는 점이다. 발치까지 하고 치료가 중단된 환자가 항의하는 건 상식적인 행동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정당행위(형법 제20조)로 본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뜻이다. 폭력을 쓰거나 기물을 파손하지 않고 단순히 항의만 했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원장이 위험할 수 있다. 환자의 항의가 정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사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했다면, 이는 무고죄(형법 제156조)에 해당할 수 있다. 피해자 입장에선 경찰 조사에서 "정당한 항의였다"는 점을 소명하고, 무고죄 맞고소를 검토해 볼 만하다.
내 돈 돌려받으려면… 사기죄 고소와 가압류가 필수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형사 고소다. 원장이 폐업을 미리 알고도 환자들에게 선금을 받았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한다. 처음부터 치료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으면서 돈만 챙긴 꼴이기 때문이다. 받은 돈을 병원 운영이 아닌 개인 빚을 갚는 데 썼다면, 이는 사기의 고의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둘째, 민사 소송과 가압류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돈을 돌려받으려면 민사 소송(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원장이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가압류를 신청해 재산을 묶어둬야 한다. 승소 판결을 받아도 원장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치 후 임플란트가 중단된 환자들은 다른 치과에서 치료받으며 발생한 추가 비용과 정신적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
현재 피해자들은 집단 대응을 준비 중이다. 진료비 영수증, 계약서, 주고받은 문자 등 증거를 꼼꼼히 챙겨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비용을 아끼고 수사 기관을 압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