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치킨 훔쳐먹고 인증하는 배달원, 그런데 처벌은 어렵다?
내 치킨 훔쳐먹고 인증하는 배달원, 그런데 처벌은 어렵다?
고객이 주문한 치킨·탕수육 등 먹고 보란 듯 인증한 배달원
앱과 함께 배달 서비스 활성화⋯ 문제는 책임 묻기 어려운 구조
배달업체 없으면 장사 못 하는 점주들, 손님 항의에 속앓이만

인터넷 검색창에 '배달음식 훔쳐먹기'를 검색하면 배달원들의 인증사진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직접 찍은 CCTV 영상도 많이 볼 수 있다. /인터넷 캡처
"족발⋅보쌈은 그냥 대충 빼먹고 갖다줘도 티 전혀 안 난다. '난이도 하(下)'"
"뼈치킨은 날개⋅다리 아닌 다른 부위는 한 두재 빼먹어도 절대 모른다. '난이도 중(中)'"
"닭볶음탕⋅감자탕 각종 국물요리는 뜨겁고 빼먹기가 짜증나는 종류. '난이도 상(上)'"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생이 고객 음식 중 몰래 빼먹기 쉬운 순서를 정리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초보들은 티가 안 나는 '난이도 하'부터 천천히 시작하라"는 조언은 담은 이 글은 "굶지 말고 챙겨 먹어가면서 배달 열심히 해서 돈 벌자"는 말로 마무리 된다.
지금도 검색창에 "배달음식 훔쳐먹기"를 검색하면 이밖에도 다양한 '인증샷'이 나온다. 배달 중간에 음식 일부를 빼돌린 증거물을 찍은 사진이다.
지난달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닭다리 두 개를 손에 쥔 사진이 올라왔다. 치킨 뒤로는 배달 오토바이가 배경으로 잡혔다. 이 사진에는 "치킨 시켜줘서 고맙다 이 병X 새X들아"는 제목이 달렸다.

고객이 시킨 치킨을 훔쳐 먹고 인증사진을 찍은 배달원(좌)과 CCTV로 훔쳐먹는 행위가 걸린 배달원 (우) /인터넷 캡처
그 전에도 "이제 순살치킨은 시키지 않겠다"는 글이 올라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집에 CCTV가 있어서 다 보이는데 배달원이 자꾸 주차장에서 안 올라오더라구요. 그래서 확인해보니까 제 치킨 먹고 있어요. 발뺌하길래 영상이랑 찍어서 사장님한테 보냈어요."
피해 고객들은 "대형 배달 플랫폼을 믿고 주문한 건데 이런 일이 벌어질거라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스마트폰 배달앱(응용 프로그램)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배달음식은 일상이 됐다. 이는 그 음식을 배달해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그런데 그 믿음을 저버리는 '증거물'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주문 리뷰에는 "배달원들이 음식을 빼먹은 것 같다"는 의심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캡처
이들이 고객 음식을 훔쳐 먹고 대놓고 '인증'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음식점에 직접 고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대행업체 소속인 만큼 음식점주가 배달대행 인력을 관리감독할 수 없는 구조다. 업주들은 최근 이같은 사례들이 온라인상에 나돌면서 고객들의 피해의심 전화들을 자주 받는다며 대책을 논의 중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과거 배달원을 직접 고용했을 때는 벌어지지 않던 일이 자꾸 일어난다"며 "책임감을 가지려면 소속감과 주인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간접고용 형태인 배달대행원들에게 이걸 바라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배달 도중 음식을 훔쳐먹는 일은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캡처
배달 도중 남의 음식을 먹는 건 절도죄에 해당한다.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 이제한 변호사는 "음식 배달원의 고용관계가 복잡하지만 이 사안은 불법행위를 한 배달원이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물론 약관에 따라 배달 플랫폼이 불법행위의 공범으로 처리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까지 보기에는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 플랫폼 업체를 신뢰해서 주문을 했겠지만, 그 이유가 절도의 책임까지 져야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 주문을 연결해준 '배달의 민족' '요기요'같은 업체가 배달원의 일탈 행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라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책임은 명백하지만 민사소송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피해액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시작할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배달원이 반복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형사고소를 통해 처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