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7…시험 종료종이 1분 먼저 울린다면? 수험생 울렸던 법적 분쟁 살펴봤다
수능 D-7…시험 종료종이 1분 먼저 울린다면? 수험생 울렸던 법적 분쟁 살펴봤다
'수능 종료종 오류'부터 '교사 탓' 명예훼손까지
법원의 배상 판결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3일 수원 효원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시험 준비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과 7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에게 이날은 1분의 시간도 절박하다. 그런데 만약 시험장의 관리 감독 오류로 이 시간을 빼앗긴다면, 국가는 그 책임을 져야 할까.
최근 선고된 수능 관련 민사 판결들을 보면,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학생 측의 실수나 권리행사 시점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1교시 종료 1분 전 타종… 법원 "국가가 300만원 배상"
2024학년도 수능 당일, 서울 성북구의 한 시험장에서는 1교시 국어 영역 시험 종료 1분 전인 9시 59분에 종료령이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감독관들은 즉시 원고들을 포함한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회수했다.
문제는 사후 조치였다. 시험장 측은 2교시 수학 영역이 끝난 점심시간에야 1교시 답안지를 다시 배부하고 약 1분 30초의 추가 시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미 마킹을 마친 답안 수정은 불가"하고, 마킹하지 못한 답을 옮겨 적는 것만 허용됐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들의 점심시간 약 20분이 단축됐다. 이에 수험생 43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험장 책임자와 감독관이 타종사고 발생 즉시 사실을 안내하고 시험 시간 연장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국가가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피해 정도에 차등을 뒀다. 추가 시간에 마킹을 완료하지 못한 대부분의 원고들에게는 각 300만 원을, 마킹을 완료했던 2명의 원고에게는 각 1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3211).
3분 일찍 울린 종… 3년 지나 소송 제기한 수험생은 '패소'
비슷한 사고가 2021학년도 수능에서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시험장에서는 4교시 탐구 영역 제1선택과목 시험 종료령이 예정보다 약 3분 먼저 울렸다. 감독관들은 답안지를 걷다가 오류를 파악하고, 다시 시험지를 배부한 뒤 2분을 연장해 시험을 재개했다.
이 시험장에 있던 원고 A씨 역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감독관의 과실 자체는 인정됐으나, 소멸시효가 발목을 잡았다.
서울중앙지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늦어도 수능 성적 통지일인 2020. 12. 23.경에는 손해 발생 여부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날은 3년이 지난 2023. 12. 29.이었고, 법원은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며 청구를 기각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나43654).
'실수'로 답안지 잘못 마킹한 수험생… 법원 "감독관 잘못 없다"
시험장의 과실이 아닌, 수험생 본인의 실수는 구제받지 못했다.
2021학년도 수능 4교시, 수험생 A씨는 과학탐구 영역 문제지를 풀던 중, 실수로 이미 종료된 한국사 영역의 11번 답안을 수정테이프로 수정했다.
원고 A씨는 즉시 감독관에게 이 사실을 자진신고했지만, 이는 '종료령 후 답안 작성'으로 처리 규정(제7조 제6호)에 따라 부정행위로 간주됐고, 해당 시험은 무효 처리됐다.
학생 측은 "단순 실수"라며 국가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법원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항소심)은 "부정행위자 처리규정은 간주 규정"이라며, "감독관이 해당 행위의 주관적 의도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원고 A씨 외에도 실수로 다른 과목 답안을 수정해 부정행위로 처리된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점, 답안지에도 "선택한 과목이 아닌 과목의 답안을 수정하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명시된 점 등을 근거로, 감독관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나60140).

"담임이 수능 접수 안 해" 학부모의 허위 글… 법원 "명예훼손"
수능을 둘러싼 갈등은 학부모와 교사 간의 소송으로도 번졌다. 2021년 고3 담임교사였던 원고 A씨는 학생 B씨의 수능 원서접수를 하지 않았다.
이에 B씨의 어머니인 피고는 네이버 카페와 학교 홈페이지에 "고3 학생인데 담임이 수능 접수 안 해 시험 못 보는 학생 엄마입니다", "문자, 전화, 카톡 어디에도 연락 온 건 없습니다"라는 허위 사실의 글을 게시했다.
담임교사 A씨는 "수차례 공지했고, 학생 및 학부모와 통화해 '수능 미응시' 의사를 확인했다"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교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법(항소심)은 교사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학교알리미 앱으로 수능 접수를 공지한 사실, 어머니와 직접 통화하며 "수능 안 본다 그러거든요"라는 답변을 들은 사실 등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게시한 글은 고등학교 교사인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2나34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