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은 형 주고, 차는 엄마 명의로" 불륜 남편의 재산 세탁, 되찾을 수 있을까
"오피스텔은 형 주고, 차는 엄마 명의로" 불륜 남편의 재산 세탁, 되찾을 수 있을까
이혼 요구 직후, 가족 명의로 재산 빼돌린 남편
변호사들 "이혼 소송 전이라도 원상복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오피스텔은 형 빚 갚는 데 썼고, 차는 어머니 드렸어. 내 명의로 남은 게 없는데 뭘 나누겠다는 거야?"
결혼 15년 차 맞벌이 주부 A씨는 남편의 적반하장에 말문이 막혔다. 부부가 쉬지 않고 일한 덕에 작은 집 한 채와 남편 명의의 수익형 오피스텔도 장만했다. 노후 걱정은 덜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남편이 변했다.
외모를 가꾸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해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A씨는 아들을 위해 가정을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돌아온 건 남편의 치밀한 재산 빼돌리기였다.
남편은 이혼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오피스텔 명의를 친형에게 넘겼고, 차량은 시어머니 앞으로 돌렸다. 예금은 누나에게 송금해버렸다. 15년간 함께 일군 재산이 순식간에 증발한 것이다.
A씨는 "불륜도 모자라 재산까지 빼돌린 남편에게서 15년의 세월을 보상받고 싶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 같은 사연이 소개됐다. 방송에 출연한 홍수현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가 법적 해법을 제시했다.
통화 내역만으로 '불륜 입증' 가능할까
우선 A씨가 확보한 증거는 남편의 통화 내역이다. 최근 1년간 상간녀와 아침저녁으로 통화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진이나 영상은 없는 상태다. 이것만으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
홍수현 변호사는 "단순히 전화를 자주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정행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통상 법원에서는 숙박업소 출입 기록, 차량 블랙박스 영상, 애정 표현이 담긴 문자 등을 증거로 채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는 변수가 있다. 남편이 스스로 외도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홍 변호사는 "남편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스스로 인정한 상황이므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녹음이나 각서, 메시지 등을 추가로 제출한다면 위자료 산정에 반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 넘긴 재산, 분할 대상 아니다?" 천만의 말씀
핵심 쟁점은 사라진 재산이다. 남편은 "이미 내 명의가 아니니 분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으로 타당한 주장일까.
홍 변호사는 "남편 명의의 재산이라도 15년간 맞벌이를 하며 형성한 것이기에 A씨의 기여도가 인정된다"며 "특히 이혼 이야기가 오간 뒤 재산 변동이 일어났다면, 이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재산분할 대상을 확정할 때 보통 '사실심 변론 종결일(재판이 끝나는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혼인 파탄 이후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한 경우, 법원은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즉, 남편이 형이나 어머니에게 재산을 넘겼더라도, 법원은 그 재산이 여전히 남편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A씨 몫을 떼어준다는 의미다.
이혼 소송 전이라도 재산 원상복구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미 시댁 식구들 명의로 넘어간 등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계산상으로만 참작받는 것을 넘어, 재산 자체를 찾아올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홍수현 변호사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해행위란 빚을 갚지 않거나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재산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홍 변호사는 "부부 일방이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권을 해치려는 의도로 재산을 처분했다면, 가정법원에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타이밍이다. 남편이 재산을 처분한 시점은 본격적인 이혼 소송이 제기되기 전이었다. 보통은 소송 이후의 처분 행위가 문제가 되지만, 대법원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대법원은 혼인이 사실상 파탄 나 재산분할 청구권 발생의 개연성이 높고,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이혼하게 된 경우라면, 이혼 소송 전에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취소 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즉, 남편이 외도를 자백하고 이혼을 요구한 시점에서 이미 혼인 관계는 파탄 났고, 재산 처분 직후 소송이 시작됐으므로 A씨는 남편이 빼돌린 오피스텔과 차량 등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