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김경수⋅홍순탁⋯이재용의 감옥행 좌우할 세 명이 결정됐다
강일원⋅김경수⋅홍순탁⋯이재용의 감옥행 좌우할 세 명이 결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심이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정⋅재계 최고위 인사들만 수사했던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변호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제기한 참여연대의 홍순탁 회계사

삼성 준법감시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이 결정됐다. 왼쪽부터 검찰 측 추천위원 홍순탁 회계사, 재판부 추천위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삼성 측 추천위원 김경수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삼성 홈페이지⋅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감옥행(行)을 결정지을 세 사람이 9일 결정됐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진행 중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세 사람을 이 부회장의 양형을 결정할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세 사람은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과 같은 일에 휘말리지 않을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했는지를 검토한다. 구체적으로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그런 장치인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받은 4번째 재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선 집행유예를 받았다. 대법원까지 올라가 재판을 받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본 부분을 "다시 재판하라"며 유죄취지로 서울고법(2심)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그렇게 내려온 사건을 서울고법 형사1부가 맡은 것이다. 이 재판은 지난해 9월 4일 배당됐지만,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재판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가 일관성을 잃은 채 예단을 가지고 피고인들에게 편향적으로 재판한다"면서 재판부 변경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그룹이 설치한 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특검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기피신청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시 정준영 부장판사의 서울고법 형사1부가 재판을 계속 진행하게 됐다.
결국 재판부의 뜻대로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을 정말 갖추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가 한 명, 검찰 측이 한 명, 변호인이 측이 한 명씩 위원을 선정해 3명이 독립적으로 판단하자는 복안이었다.
특검은 이 역시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뽑힌 세 명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부 측 추천 인사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지정했다. 강 전 재판관은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었다.
서울 출신인 강 재판관은 1985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줄곧 '엘리트 법관'의 길을 걸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요직 중의 요직에만 있었다.
헌법재판관 시절이었던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해산 쪽에 섰고, 작년 5월 교원노조 가입자를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조항에도 합헌 의견을 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보수 법관'으로 칭하기도 한다.

피고인인 이재용 부회장 측이 추천한 인물은 대전·부산·대구고검장 등을 두루 지낸 김경수 변호사다. 그는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중수부장을 역임해 '마지막 중수부장'이라 불린다.
검사 시절 한보그룹 비리와 이용호 게이트,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아들 비리 등 굵직한 사건 수사를 직접 맡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경수 고검장이 구속시킨 정⋅재계 인사만 수백명에 달한다"고 말할 정도다. 퇴직한 후에도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 특별검사 후보로 계속 거론됐다.
삼성 측에서는 김경수 변호사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이자 한화에너지 사외이사"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김 변호사는 삼성과 인연이 깊다.
김경수는 변호사는 율촌의 기업형사팀을 이끌고 있는데, 이곳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 비율에 관여한 안진회계법인을 변론하고 있다. 이 쟁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또 다른 혐의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건의 핵심이다. 쉽게 말해 이재용의 다른 핵심 혐의를 변론하고 있는 변호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날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은 "김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과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 있는 기업형사팀장으로 전문심리 위원으로 독립성에 있어 의문점이 든다"는 의견을 냈다.
특검과 검찰 측은 단초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려 했다. 이 위원회 자체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행위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원 추천'을 계속 거부할 수 없었던 검찰 측은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을 추천했다.
홍 위원은 김경수 변호사의 데칼코마니 반대쪽 버전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물로, 참여연대가 삼성을 고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 측도 "홍순탁 회계사는 중립적인 업무를 담당해야 할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홍 회계사를 심리위원으로 지정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홍순탁 회계사가 고발인인 참여연대 소속이고 본인도 삼성합병 사건 고발인"이라며 "피고인(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 취해온 건 사실이지만, 이는 공적 목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회계사 소속된 참여연대는 이 사건에서 준법감시 제도의 실효적 운영의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없다는 비판적 입장이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판적 의견 표명은 존중되어야 하고, (검찰 측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한 이상 문제 안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