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동안 집 앞에 놓인 생수 택배, 공짜인 줄 알고 마셨는데 절도죄?
2개월 동안 집 앞에 놓인 생수 택배, 공짜인 줄 알고 마셨는데 절도죄?
송장 없는 물건 2달 뒤 음용
진술 번복에 경찰은 '혐의 있다' 판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집 앞에 놓인 생수 20개 묶음을 발견했다. 송장이 없어 집주인이 뒀거나 홍보물이라고 생각하고 집 안으로 들였다.
A씨는 그중 2개를 마셨다. 그런데 얼마 후 생수 주인이 나타나 A씨를 '절도'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사건은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수사 과정에서 기억이 헷갈려 했던 진술 번복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A씨, 절도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주인 없는' 생수와 택배…두 달 뒤 나타난 주인의 고소
A씨의 집 앞에 송장 없는 500ml짜리 생수 20개 묶음이 놓인 건 석 달 전이다. 집주인이 보냈거나 홍보물일 것으로 생각한 A씨는 생수를 집 안으로 옮겼다.
그 후 약 두 달 동안 아무도 생수를 찾지 않았고, A씨는 그중 2개를 마셨다. 그러던 중 한 달 전, 이번엔 A씨와 주소는 같지만 이름은 다른 사람의 택배가 배송됐다. A씨는 자기 것인 줄 알고 뜯었다가 그대로 두었다.
일주일 뒤, 택배 주인이 찾아와 A씨에게 절도라며 소리쳤다. A씨는 즉시 돌려줬지만, 주인은 석 달 전의 생수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자 경찰까지 출동했고, A씨는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이 '고의'를 의심한 이유…진술 번복이 결정적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훔치려는 고의, 즉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성립한다. A씨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변호사들은 A씨의 '진술 번복'이 수사기관의 의심을 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초기 진술에서 다른 택배들과 섞여 있어 자기 물건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는 해당 날짜에 다른 택배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택배가 많이 온 다른 날과 헷갈렸다고 진술을 바로잡았다. 이 과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것은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고의가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순히 집 안으로 들인 것보다 약 2개월이 지난 후 일부를 소비한 점을 고의의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 역시 "검사 입장에서는 초기 진술이 번복된 경위를 고의를 감추기 위한 사후 변명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이 검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투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들 "고의 없었다는 객관적 정황 충분"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 절도 고의가 없었음을 다툴 여지는 충분하다. 변호사들은 A씨에게 유리한 객관적인 정황이 많다고 봤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유리한 점은 생수에 송장이 없었고 약 2개월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으며, 신발은 피해자가 찾아오자 즉시 반환했고 수사에도 협조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생수의 경우 송장이 없었고 약 2개월 동안 누구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 안으로 들인 뒤 일부를 마신 점은 질문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진술이 일부 달라진 점은 검찰이 신빙성을 낮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착오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진술 변경만으로 절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검찰 조사 시 억울하다는 주장만 반복하기보다, 송장 부착 여부 및 오인 경위 등 객관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고의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