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에 따르면…가슴 꼬집고 찔러도, 남자가 당한 건 '폭행'일 확률이 높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판결에 따르면…가슴 꼬집고 찔러도, 남자가 당한 건 '폭행'일 확률이 높다

2022. 04. 15 16:54 작성2022. 04. 15 16:56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민감한 신체부위 꼬집었는데 '폭행' 혐의만 적용

동일 부위에 물리력 행사한 다른 판결 봤더니⋯

아르바이트생이 못마땅하다며 그의 젖꼭지를 꼬집은 관리자.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신체 부위. 하지만 이 행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관리자 A씨에 적용된 혐의는 단순 '폭행죄'였다. /셔터스톡

전남의 한 회사 창고에서 2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박스에 랩을 씌우는 업무였는데, 이를 지켜보던 관리자가 못마땅하다는 듯 질책을 했다.


"이런 것도 제대로 못 해?"


이 말과 함께 남성 관리자 A씨는 해당 알바생의 가슴, 더 정확히 말하면 젖꼭지를 꼬집었다.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신체 부위. 하지만 이 행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관리자 A씨에 적용된 혐의는 단순 '폭행죄'였다.


민감한 신체부위인 건 똑같은데⋯꼬집고, 찔러도 폭행죄

지난 2월, 광주지법은 이 사건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폭행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형법 제260조). 만약 강제추행(형법 제298조)이 적용됐다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었다. 피해자로선 성적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였는데 왜 해당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던 걸까.


로톡뉴스는 유사한 사건들을 찾아, 어떻게 처리됐는지 살펴봤다. 대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최근 1년 형사 판결문 가운데, 위 사례와 같은 부위에 물리력을 행사한 사건을 추렸다. 총 95건이었다(1·2심 중복 사건 한 건 포함). 이 중 92건은 성범죄 혐의가 적용돼 재판이 이뤄졌다.


이와 달리 앞선 광주지법 판결처럼 '폭행죄'가 적용된 경우는 3건뿐이었다. 그리고 해당 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지난해 8월, 수원지법은 후임 병사들을 괴롭히던 병장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7월까지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행동 중에는 한 피해자의 양쪽 가슴께를 손가락으로 꼬집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 행동을 이마 딱밤을 때리거나 뒤통수를 치는 것과 동일한 폭력으로 분류했다.


피해자가 남성이면, 가해자의 '성적 목적' 뚜렷해야만 처벌됐다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강제추행이 적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 동일한 성별의 가해자가 성적 목적을 가지고 유형력을 행사했음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며 현실적인 한계를 짚기도 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동일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여성이라면 수사기관 등은 가해자가 성적 목적을 가지고 이 같은 행동을 했을 가능성을 비중 있게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엔 폭행 혐의를 기본으로 검토하고, 가해자의 성적 목적이 뚜렷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추행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도 "남성이 유사한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강제추행보다는 폭행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유형력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피해자에게 성적 불쾌감을 일으킨 행위는 추행이 될 수 있다"며 "피해자 성별에 따라 폭행 또는 추행 여부를 결정 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 /로톡DB


실제로 사건 당사자가 모두 남성인 사건에서 '성범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신체 부위를 만지는 것 외에 성적 목적을 입증할 다른 요소가 필요했다.


지난 2월, 서울북부지법은 후임 병사의 가슴 언저리를 손으로 만진 C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도 받도록 했다.


이 경우 C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 곁에 누워서, 귀에 바람을 불어넣거나 신음소리를 내는 등 행위를 함께 벌였기 때문에 폭행죄 대신 강제추행이 적용됐다. 즉,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피해자 가슴을 만진 게 명확했기에 그나마 성범죄로 처벌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