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측근에 '눈 뜨고 당한' 정우성에게 얻은 교훈⋯서류는 꼼꼼히, 사인은 신중히
[단독] 최측근에 '눈 뜨고 당한' 정우성에게 얻은 교훈⋯서류는 꼼꼼히, 사인은 신중히
자신이 설립한 '1인 기획사' 횡령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배우 정우성
재판부도 "前소속사 대표의 주장, 신빙성이 의심되기는 하나⋯" 언급했지만
혐의 입증엔 역부족이었던 정우성 진술⋯'업무상 횡령' 기소된 최측근, 결국 무죄
![[단독] 최측근에 '눈 뜨고 당한' 정우성에게 얻은 교훈⋯서류는 꼼꼼히, 사인은 신중히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10592349718860.jpg?q=80&s=832x832)
지난 2019년 12월 배우 정우성이 법정에 섰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벌어진 수억원대 횡령 사건에 대한 증인이었다. /스튜디오앤뉴⋅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19년 12월 17일, 배우 정우성이 서울남부지법 308호 형사 법정에 출석했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벌어진 수억원대 횡령 사건에 대한 증인이었다. 재판을 받은 이는 정우성의 한때 최측근이자, 4년 이상 경영지원팀을 이끌었던 A씨. 그는 정우성 몰래 회삿돈을 2억원 넘게 빼돌린 혐의 등을 받았다.
이 회사는 정우성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A씨는 회사가 설립될 때부터 '곳간지기'를 맡았던 멤버였고, 정우성은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피해자였다. 그런데도 이날 정우성은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못 했다. 자신이 서명한 결재 문서의 내용조차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월 1회 정도 A씨에게 보고를 받긴 했지만, 결재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서명한 적이 있다."
"A씨의 설명만 들은 채 서명하고, 그 내용을 읽지 않은 적도 있다."
한때 정우성은 A씨에게 집 계약 등 지극히 사적인 업무를 맡길 정도로 신뢰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A씨는 지난 2012년 재무 전문가로 입사한 이후 4년 만에 공동대표 자리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취임 6개월 만에 자체 감사 결과 불법 행위가 발각되면서 해임당했다.
실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그의 혐의는 업무상 횡령과 사문서위조⋅행사였다.
자신의 오빠가 대표인 회사에 번역료 명목으로 1억 7000만원을 지급하고, 본인 역시 성과급 명목으로 3000만원을 빼돌린 혐의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고,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임원 보수 지급 규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혐의가 사문서위조⋅행사라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약 2년간 진행된 18번의 재판에서 A씨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오빠 회사에 번역료를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줄일 목적이었을 뿐, 용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성과급이 지나치게 높은 점에 대해서도 "설명 가능한 액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을 내리려면, 회사의 운영권을 갖고있는 정우성의 진술이 중요했다. 하지만 정우성은 A씨의 지출 내역이 용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된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정우성은 재판에 출석하는 것부터 소극적이었다.
법원은 지난 2019년 7월과 9월, 2차례 정우성에게 "법원에 출석해 증언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형사소송법상 증인 출석은 '의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땐 각종 불이익이 뒤따른다.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정우성이 2차례 모두 출석에 응하지 않자, 법원이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하겠다'고 알렸다. 정우성은 그제서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가 지난 2019년 12월이었다.
반면 A씨는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현직 대법관이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멤버인 김선수 대법관(당시 변호사)을 선임했다. 신임 대법관으로 지명되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 사건을 담당했다. 이후 같은 로펌의 다른 변호사 4명이 이 사건을 맡았다.
그리고 결국 A씨는 무죄를 받았다.
이유 ❶ 정우성의 진술 "결재 내용 알지 못한 채 서명한 적 있다"
정우성에 대한 3번째 출석 요구 끝에 드디어 시작된 증인신문. 하지만 이날 정우성은 자신이 세웠던 회사에서, 자신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법인 지출 내역에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번역료 명목으로 A씨가 수억원을 지출한 것이 '용도에 맞게 사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예 답하지 못했다. "월 1회 정도 A씨에게 보고를 받긴 했지만, 결재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서명한 적이 있다"고 답할 뿐이었다. 심지어 "A씨의 설명만 들은 채 서명하고, 그 내용을 읽지 않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이유 ❷ A씨의 논리적 변호 "단순 성과급 비교는 안 돼"
A씨가 받은 성과급은 타직원 뿐만 아니라, 당시 있던 대표이사보다 높았다. 성과급과 기본급을 합하면 세전 기준으로 연간 약 1억 2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성과급이 과다하게 높은 것은 아니다"는 A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A씨 측도 "(당시 회계팀장이었지만) 대표이사보다 높은 성과급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성과급 외에도 법인 명의로 고급 차량을 몰고 다니는 등 연간 1억원 상당을 추가 지출했다"며 이를 근거로 "성과급만 단순 비교해 과다하게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김인택 부장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번역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지급했다는 피고인(A씨)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되기는 하나, 혐의가 입증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우성은 당시 법인 지출 내역에 대해 휴대폰 알림이 오게끔 설정해뒀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과다한 금액이 그 의도를 알지 못한 채 빠져나갔다면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주총회 의사록 위조에 대해서는 "이를 입증할 증거가 정우성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재판부가 '콕' 집어 정우성의 진술이 중요하다고 했다. 1인 기획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정우성은 "해당 문서에 서명했다"고 진술하는 정도에 그쳤고, 결국 재판부는 A씨가 회사 명의의 문서작성 권한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검사가 "2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고 하면서 항소심(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2020년 12월) 10일과 17일에 2차례 재판이 진행됐고, 다음 달(2021년 2월 8일)에 선고가 나온다. 그 사이 A씨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1심 때와 같은 법인에서 4명에서 5명으로 늘었다.
정우성의 현재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로톡뉴스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홍보마케팅 담당자는 "아직 재판 중에 있는 사안이므로 소속사가 확인해주거나, 전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