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2시간에 1만 8천원…'핑크 택스' 논란, 법적으로 따져봤다
뜨개질 2시간에 1만 8천원…'핑크 택스' 논란, 법적으로 따져봤다
성수동 뜨개 라운지 고가 요금에 커뮤니티 반발
현행법상 규제 한계는

서울 성수동 소재 '뜨개 라운지'의 이용 요금 안내 사진. /X 캡처
여성들이 주로 즐기는 취미 공간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요금을 책정했다는 '핑크 택스(Pink Tax·여성용 제품 가격이 남성용 제품보다 비싼 경향)' 논란이 뜨겁다. 최근 문을 연 한 '뜨개 라운지'의 가격표가 온라인을 달구면서다. 이 논란의 법적 쟁점은 무엇이며, 정말 법으로 제재할 만큼 심각한 가격 차별인지 따져봤다.
아날로그 감성에 매겨진 값비싼 가격표
사건의 발단은 서울 성수동에 새로 생긴 한 '뜨개 라운지'였다. 책과 음악, 커피를 즐기며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이 공간의 이용료는 2시간에 1만 8,000원.
이 가격이 알려지자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곳은 좀 꾸며 놓으면 시중가에서 2~3배는 우습게 올린다", "핑크 택스 너무 심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뜨개질이라는 여성 중심 문화를 이용한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시장 논리에 따라 소비자가 외면하면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 온라인상의 갑론을박은 결국 몇 가지 법적 질문으로 모아진다. 사업자는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높은 가격은 불법적인 차별 행위가 아닐까?
핑크 택스, 법으로는 처벌 어렵다
현재 법체계에서 이번 '뜨개 라운지'의 가격을 불법적인 핑크 택스로 규제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의 가격 결정 자유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으로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헬스클럽 연회비 인상과 관련해서도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정당하다고 본 바 있다. 뜨개 라운지 역시 단순 공간 대여가 아닌, 음료와 도구 대여 등이 포함된 복합 서비스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가격 책정의 근거를 가진다.
그렇다면 이는 성차별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 역시 법의 잣대를 직접 들이대기는 힘들다. 해당 라운지는 남성과 여성에게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뜨개질'이라는 서비스 자체에 가격을 매긴 것이지, 특정 성별을 겨냥해 가격을 차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단지 성별을 이유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야 헌법상 평등권 침해를 주장해볼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다르다.
현재 핑크 택스를 직접 규제하는 법률은 없다. 공정거래법이 부당한 가격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합리적 이유 없는 가격 차별만 문제 삼을 수 있는데, 뜨개 라운지는 공간의 인테리어, 제공되는 서비스 등을 그 합리적 이유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진짜 심판은 '소비자 선택'에 달렸다
법적 제재가 어렵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논란의 핵심은 법이 아닌 시장의 영역에 있다.
법이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소비자의 권리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가 스스로의 권익을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를 보장한다. 지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굳이 안 갈 듯"이라는 소비자들의 반응이야말로 이러한 권리 행사의 일환이다.
대법원 역시 소비자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인터넷에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결국 이 뜨개 라운지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관은 판사가 아닌 '소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