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14마리 활로 쏴죽인 양궁동호회…'레저' 아닌 '징역 20년' 중범죄
흑염소 14마리 활로 쏴죽인 양궁동호회…'레저' 아닌 '징역 20년' 중범죄
'5인 이상 상습절도' 특가법 적용 가능, 동물학대는 별도 혐의

양궁동호회가 흑염소 사냥에 쓴 화살 모습. /연합뉴스
부산 가덕도의 한적한 야산에서 주민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흑염소 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실종이 아니었다. 주인이 있는 가축을 '사냥감'으로 삼은 양궁동호회원들의 잔혹한 '레저' 활동 때문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무려 14마리의 흑염소를 레저용 활로 쏴 죽이고 고기를 나눠 가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은 대담하고 치밀했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화살촉을 개조한 '컴파운드 보우(레저용 활)'를 들고 야산을 누볐다. 유해야생동물포획단까지 가세해 올무를 놓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범행이 발각되자 일부는 해안가 절벽을 기어오르거나 바다에 뛰어들어 도주하는 영화 같은 추격전까지 벌였다.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레저용' 활을 사용했지만,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닌 최대 징역 20년까지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스포츠' 아닌 '상습 특수절도'…최대 징역 20년
이번 사건은 단순 절도를 넘어선 '상습 특수절도'에 해당한다.
우선 1년 넘게 14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상습성'이 인정될 수 있다. 상습범으로 인정되면 기존 절도죄 형량(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의 절반까지 가중 처벌된다.
더 무서운 것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원은 양궁동호회원 9명과 포획단 2명 등 총 11명이다.
특가법은 "5명 이상이 공동으로 상습적인 절도를 저지른 경우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훔친 물건의 가격과 무관하게 법정형 자체가 매우 무겁다. 이들이 '함께 사냥하고 고기를 나눈' 행위는 공동 범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화살촉 개조해 '잔인한 사냥'…동물보호법 위반은 '별도 처벌'
절도 혐의와 별개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된다.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화살촉을 개조했다. 이는 흑염소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잔인한 도살 방식으로, 동물 학대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이들이 사용한 '컴파운드 보우'는 현행법상 총포·도검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그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그러나 화살촉을 불법 개조한 부분은 총포화약법 위반 여부를 추가로 따져볼 수 있는 지점이다.
흑염소 주인, 염소값에 '정신적 피해'까지 받아내야
그렇다면 평생의 자산과도 같던 흑염소를 잃은 주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반드시 제기해야 한다.
민법은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배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피해 주민은 흑염소 14마리의 시가(재산적 손해)는 물론, 가축을 잔인하게 잃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정신적 손해)까지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은 "범행 특성과 가담자 수를 고려할 때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저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끔찍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