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있던 컴퓨터 잠깐 사용했던 것뿐인데 "모니터 깼다"며 고소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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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있던 컴퓨터 잠깐 사용했던 것뿐인데 "모니터 깼다"며 고소한 호텔

2020. 11. 21 14:09 작성
백승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bs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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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망가뜨렸으니 물어내라" 연락 와⋯자신이 한 일 아닌데도 경찰조사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결과 나오며 불리한 상황에 놓여

변호사들 "재물손괴의 경우 이 '두 가지' 입증해야⋯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호텔 안에 있던 컴퓨터 사용을 위해 전원을 켰을 뿐인데, '재물손괴'라고 고소를 당한 A씨. A씨는 이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셔터스톡

얼마 전 한 숙박업소에 머물렀던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재물손괴'죄로 고소를 당했다며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A씨는 방 안에 있던 컴퓨터를 사용했다. 그런데 두 대의 컴퓨터 중 한 개는 '거미줄이 낀 듯'한 화면이 떴다. 멀쩡하게 작동하는 컴퓨터가 따로 있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숙박업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 내용은 A씨가 객실에 머무른 이후 모니터가 파손됐으니 보상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당연히 이를 거절했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자 업소 측은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가 처음이다 보니 극도로 긴장했던 A씨. 그 탓인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도 '거짓'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경찰은 "왜 거짓말을 하느냐"라며 범인으로 몰아가며, "좋게 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서로 합의하고 끝내라는 것.


하지만 A씨는 억울하기만 하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지 궁금하다. 그냥 수리비를 물어주고 끝내는 게 나은 걸까.


재물손괴, '고의' 없었으면 처벌 안 돼…'과실' 있었다 해도 처벌 불가

변호사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왜 그렇게 봤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고의성이다. A씨가 받는 혐의는 '재물손괴(형법 제366조)'로 이는 물건을 망가뜨리려는 '고의'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A씨가 고의로 모니터를 부쉈다는 증거가 없으면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A씨도 모르게 A씨의 실수로 망가진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도 상관없다. 과실에 의해 물건이 망가졌다고 해도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A씨는 모니터를 망가뜨릴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A씨의 과실로 모니터가 망가졌다고 해도 이는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권오영 법률사무소'의 권오영 변호사 역시 "과실로 인한 것이라도 A씨는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명확한 증거 없다면 입증하기 어려워…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정황증거일 뿐

두 번째는 입증 문제다. 수사기관에서는 A씨가 물건(이 경우 모니터)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 없는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변호사 김수경 법률사무소의 김수경 변호사는 "손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가 '거짓'으로 나온 상황. 불리한 증거가 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안병찬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는 정황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유죄의 증거로 활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거짓말탐지기 결과 A씨의 말이 거짓이라고 나오긴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될 일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조대진 변호사 역시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짓이라고 해서 이것만으로 'A씨가 모니터를 망가뜨렸다'라는 범죄 사실을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대환의 김훈찬 변호사도 "재물손괴의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가지고 자백 진술을 이끌어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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