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앞에서도 화 못 참아야" 선택적 분노는 '분노조절장애'로 인정 못 받는다
"마동석 앞에서도 화 못 참아야" 선택적 분노는 '분노조절장애'로 인정 못 받는다
유모차에 타고 있던 생후 27개월 아기 종이가방으로 폭행한 가해자
가해자 측 "지적장애 앓고 있고 분노조절 잘 못 한다"
변호사들 "이 정도는 돼야 분노조절 장애로 인정"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이를 폭행한 A씨. A씨의 가족은 "딸이 지적장애가 있고 분노 조절을 못 하는 때도 있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퍽.'
한 여성이 생후 27개월 여아의 얼굴을 종이가방으로 내리쳤다.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아기는 엄마가 끌던 유모차 안에서 피해를 입었다. 범행 직전, 엄마가 유모차의 방향을 급히 트는 모습에서 다급함이 보였다.
현재 폭행 혐의를 받고있는 가해자 A씨. 인천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범행 장면을 CC(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와 피해자의 가족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A씨의 어머니가 경찰에 선처를 요청하며 한 말이 논란으로 이어졌다.
"딸(A씨)이 지적 장애가 있고 분노 조절을 못 하는 때가 있다."
"피고인의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질환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사실, 형사 판결문엔 '분노조절장애'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 사이 선고된 판결에 따르면 약 50명의 피고인이 분노조절장애를 이유로 선처를 받았다. 매월 평균 약 4~5명, 많게는 9명이 선처를 받았던 때도 있었다.
다만, 주장 대비 실제 선처 되는 비율은 낮아 보였다.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경우에 한해서만 선처를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률 자문

대한변협 등록 형사법 전문인 박희정 변호사(법무법인 윈스)는 "장기간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며 "정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에서 흔히 말하는) 마동석에게도 화를 내는 정도여야 참작될 수 있다"고 했다.
생각만큼 분노조절장애가 선처 사유로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대한변협 등록 형사법 전문인 설현섭(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분노조절장애는) 웬만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이라며 "(단순히)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은 내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 변호사는 말했다.
의사 출신인 정필승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분노조절장애의 정확한 진단명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라며 "그 정도가 심각해 병원 등에서 진단을 받은 경우에나 어느 정도 참작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실제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피고인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수차례 상해죄로 처벌된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다"며 "눈이 충혈된 상태로 24시간 내내 격앙된 상태에 있었으며, 갑자기 혼자 화를 내는 등 스스로 절제가 불가능해 보였다"고 했다.
실제 판결문 속 피고인들은 변호사들의 설명처럼 병원에 입원하거나, 관련 약물치료를 받은 내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씨의 경우도 이처럼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거나, 약물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 분노조절장애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봤다.
현재 폭행 혐의를 받고있는 A씨. 그렇다면 그의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가 될까.
하진규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징역형의 가능성은 적고, 벌금형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정 변호사도 "벌금형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했고, 설현섭 변호사 역시 "벌금형의 가능성이 가장 크고, 합의가 되지 않았을 때 집행유예의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형법상 폭행죄는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다만 처벌 수위가 더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종이가방'이 위험한 물건이라 판단돼 특수폭행죄가 적용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가장 처벌 수위가 무거운 건 상해죄가 인정되는 경우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실제 경찰은 "피해자의 부모가 진단서를 가져오면 상해죄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 변호사는 "진단서가 제출된다면 상해죄 적용도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인정 여부는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