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빠져도 아무도 몰랐다…CCTV·안전요원 모두 없었던 죽음의 수영장
내 아이가 빠져도 아무도 몰랐다…CCTV·안전요원 모두 없었던 죽음의 수영장
체육시설법 정화시간 허점

수영장 개장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19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수영장에서 한 관계자가 청소하는 모습. /연합뉴스
안전요원 한 명 없던 수영장에서 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지만, 업주는 법의 허점을 방패 삼아 책임을 피하려 한다.
지난 6월 서울 뚝섬한강공원 야외 수영장에서 발생한 20개월 아기 사망 사고와 2021년 경기도의 한 물놀이 카페에서 일어난 6살 어린이 사망 사고는, 우리 사회 안전망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화 시간에 비어있던 감시탑, 안전도 비었다
지난 6월, 20개월 된 아이는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수심 1m의 성인용 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고가 발생한 오후 6시 40분경은 야간 개장을 앞두고 물을 교체하던 '정화 시간'.
26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수영장 측은 이용객이 없어 출입을 통제했다는 이유로 현장에 안전요원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영장을 비추는 CCTV조차 없었다. 아이가 어떻게 위험한 풀에 들어갔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전형적인 인재였다.
'체육시설법'은 수영장에 자격증을 갖춘 수상안전요원 2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휴식이나 정화 작업 중에도 요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 바로 이 법의 허점이 업주에게는 빠져나갈 구멍이, 아이에게는 덫이 된 셈이다.
사고가 난 한강공원 수영장은 서울시 소유지만 실제 운영은 민간 위탁업체가 맡고 있다. 책임 공방 속에서 경찰은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안전요원을 상시 배치하지 않은 책임은 물론, 일부 무자격 요원을 고용한 사실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거 유사한 수영장 사망 사고에서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이 구형된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 역시 실형 선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영장 갖춘 '음식점', 충격적인 법의 사각지대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1년, 경기도의 한 '물놀이 카페'에서는 6살 아이가 수영장 배수구에 팔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은 안전요원조차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지만, 카페 측은 "우리는 법적으로 안전요원 배치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어떻게 이런 주장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사업자 등록에 있었다. 해당 카페는 수영장 이용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육시설업'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다.
수영장은 고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시설로 간주된 것이다. 이 때문에 안전요원 배치,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 체육시설법이 정한 모든 안전 의무에서 자유로웠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똑같은 공간이지만, 업종 신고 하나로 법의 감시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부모 책임 70%…법원이 부모에게 보내는 경고
설사 업주의 형사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남겨진 부모가 온전한 피해보상을 받는 길은 험난하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법원은 '과실상계'라는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에 피해자 측(보호자)의 과실도 일부 있다고 보고, 그 비율만큼 배상액에서 감액하는 것이다.
실제 판례를 보면 법원의 시각은 엄격하다.
-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와 부딪혀 성장판을 다친 사건에서 법원은 부모의 책임을 40%로 봤다.
- 아파트 놀이터의 위험한 운동기구에 16개월 아이의 손가락이 절단된 사고에서는 부모의 책임을 70%로 판단했다.
시설의 안전관리 의무만큼이나, 내 아이의 안전을 지켜야 할 1차적인 책임은 부모의 보호·감독 의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