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속 아버지 시신 1년 7개월...재산 때문에 아들이 벌인 엽기 행각
김치냉장고 속 아버지 시신 1년 7개월...재산 때문에 아들이 벌인 엽기 행각
재산 상속 노리고 시신 은닉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유령 소송'

경기 이천에서 한 아들이 사망한 아버지를 김치냉장고에 1년 7개월간 숨겨왔다. 이혼소송이 끝날 때까지 사망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셔터스톡
경기 이천에서 70대 남성이 이혼소송 중 사망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실을 몰랐다. 아들이 아버지의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넣고 1년 7개월간 은닉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당사자인 소송은 계속됐고, 대법원은 이혼 확정 판결까지 내렸다.
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원희영 변호사는 "아들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소송이 종료되고 재산이 의붓어머니에게 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시신을 은닉했다"고 밝혔다.
연금 끊길까 두려워… 시신 방치 사건들 잇따라
시신 은닉 사건의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인천에서는 40대 여성 A씨가 어머니의 시신을 2년 5개월간 방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백골 상태의 어머니였다. 집 안에서는 "2020년 8월 엄마가 사망했다"는 A씨의 메모까지 발견됐다.
A씨는 어머니 앞으로 들어오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약 1,800만 원을 계속 수령해 사용했다. "연금이 끊길까 봐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는 것이 A씨의 진술이었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희영 변호사는 "A씨가 오랜 기간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어왔고, 어머니 역시 다른 자녀들과 의절한 채 거의 A씨 혼자서 돌보던 상황이었다는 점이 참작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시민위원회 심의에서도 참석한 시민위원 10명 모두가 '항소하지 않는 게 맞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2024년 8월 제주에서 은둔형 성향의 B씨는 집에 함께 살던 고령 친족 C씨가 쓰러졌을 때 119에 신고하는 대신 맥주만 마시며 방치했다. "타인과 접촉하는 것이 두려웠다"는 게 B씨의 해명이었다.
C씨는 결국 사망했고, 중증 치매를 앓던 B씨의 어머니는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부패해가는 시신과 7일간 함께 지내야 했다. 그 사이 B씨는 C씨와 어머니 명의로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를 계속 사용했다.
법원은 1심에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유기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당시 바로 119에 신고했더라도 살릴 수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으로 형이 가중됐다.
대법원도 속인 '유령 소송'…이혼 무효 소송 준비 중
김치냉장고 시신 은닉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아들은 아버지를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법정대리인을 계속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내렸다.
원희영 변호사는 "이혼소송 중 한쪽 당사자가 사망하면 민법상 소송은 당연히 종료된다. 이혼이나 재산분할은 생존한 당사자 간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가족 중 한 명이 아버지에 대한 실종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한 달쯤 지나 아들이 자수했고, 그제서야 시신이 김치냉장고 속에 1년 7개월간 은닉돼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아들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경제적 이유로 늘어나는 시신 은닉
원희영 변호사는 "시신 방치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 고립, 빈곤, 심리적 문제, 제도 미비까지 겹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80대 부모가 50~60대 무직 자녀를 부양하는 '8050문제' 속에서 부모 사망 후 시신을 은닉하는 사건이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목적이 없더라도 사망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방치하면 형법상 '시체은닉죄'가 적용된다. 시체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한다면 처벌받는 것이다. 다만 동기나 심리 상태, 생활환경 등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