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가능성 있으세요?" 의사·간호사의 도돌이표 질문…그 뒤에 숨겨진 법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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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가능성 있으세요?" 의사·간호사의 도돌이표 질문…그 뒤에 숨겨진 법적 책임

2026. 01. 15 14:3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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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 CT 촬영 전 임신 여부 확인은 의료진의 '법적 의무'

임신 확인 소홀로 태아 방사선 노출 시, 의료진에 손해배상 책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SNS에 올라온 글이 화제다. 응급실을 찾은 여성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임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접수처, 간호사, 의사, 방사선사 등으로부터 수차례 반복해서 들었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귀찮을 정도였지만, 알고 보니 실제 CT 촬영 중 태아가 발견되는 사고가 종종 있어서 그렇다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응급실의 집요한 질문, 과잉 대응일까. 법적으로 따져보면 이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만약 이 절차를 건너뛰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임신 확인 안 하고 CT 찍었다간... 의료진의 무거운 책임

만약 의료진이 임신 가능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CT를 촬영했다가 나중에 임신 사실이 밝혀졌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이를 명백한 의료진의 과실로 본다.


우리 법원은 가임기 여성에게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기 전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의료진의 기본적인 주의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CT 촬영 시 방출되는 방사선은 태아에게 기형이나 발달장애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지방법원은 복부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여성에게 임신 반응 검사 없이 CT를 촬영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가임기 여성이 복통을 호소했다면 즉시 임신 반응 검사를 했어야 한다"며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2014나33670 판결).


따라서 의료진이 문진이나 검사 의무를 소홀히 해 태아가 방사선에 노출되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상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아이 방사선 노출됐다" 소송 가능할까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 아이가 방사선에 노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 소송을 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물론 태아에게 기형이나 장애 등 실제적인 손상이 발생했다면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방사선 노출과 태아의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하지만 실제 손상이 없더라도 소송은 가능하다. 법원은 태아의 방사선 노출로 인해 산모가 겪게 될 불안과 공포 등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불필요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신 가능성 없다" 환자 말만 믿어도 될까

여기서 한 가지 쟁점이 더 있다. 환자가 "임신 가능성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거나 검사를 거부한 경우다. 이럴 때 의료진은 면책될까.


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의료진에게 엄격한 설명 의무를 부과한다. 단순히 환자의 말만 믿고 검사를 생략해서는 안 되며, 검사 거부 시 발생할 수 있는 태아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이를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거부했다는 사실을 의무기록에 남겨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결국, 응급실에서 반복되는 "임신 가능성 있으세요?"라는 질문은 귀찮은 절차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의 치열한 노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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