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 전 과정 없이 조금이라도 잘렸다면 증거로 인정 안 돼"
대법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물, 전 과정 없이 조금이라도 잘렸다면 증거로 인정 안 돼"
피해자 진술 녹화물, 동의서 없고 일부 끊겨…1·2심은 증거능력 인정
대법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어기면 진술 영상 녹화물 증거능력 없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한 자료라도 전 과정이 담겨있지 않다면,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셔터스톡
수사기관이 피해자 진술을 영상으로 녹화할 때 법에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해당 녹화물의 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매매 알선 업주들로부터 수억원을 빼앗아 공갈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 형제에 대한 재판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다만, 1심과 2심이 증거로 인정한 피해자 진술의 영상 녹화물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성매매 업주들을 협박해 약 12억원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돈을 뜯긴 피해 업주들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A씨 형제는 피해자들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이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는데, 이때 일부 피해자가 수사 때와는 다르게 진술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검찰은 피해자 진술 영상 녹화물을 증거로 제출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조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 검사는 동의서가 첨부된 영상 녹화물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A씨 형제 측은 해당 녹화물에 대해 "당사자 동의서가 없고, 중간에 녹화가 중단돼 피해자가 조서를 검토하고 서명하는 과정이 담기지 않았다"며 형사소송규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한 1·2심의 판단은 같았다.
먼저 1심 재판부는 "절차를 어기긴 했지만, 조서 열람 과정 35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조사 내용을 부정한다면, 형사 사법 정의 실현이 어렵다"며 "예외적인 경우로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제출한 영상 녹화물을 증거로 인정,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4년,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진술 영상 녹화물의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A씨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B씨에겐 1심과 같은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과 2심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건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해석했다. 영상 녹화물이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을 위반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피해자들이 반대하지 않았고, 전체 조사시간에 비춰 누락된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영상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제출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A씨 등의 유죄를 인정, 이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2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