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추락 20대, 책임 떠넘긴 지자체·건물주 참교육할 법적 묘수는?
맨홀 추락 20대, 책임 떠넘긴 지자체·건물주 참교육할 법적 묘수는?
구청은 "관리 주체 모른다", 건물주는 "1990년대 일"
가해자는 핑퐁 게임 중, 피해자는 퇴사 위기

길을 걷다 맨홀 뚜껑이 빠져 추락한 20대가 전치 6주 부상을 입었다. 관리 주체가 불명확하지만 법적으로는 지자체와 건물주 모두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KBS News' 유튜브 캡처
20대 청년 A씨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길을 걷다 내구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미흡했던 맨홀 뚜껑이 빠지면서 구멍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다리가 골절돼 전치 6주의 중진단을 받았다. 육체적 고통도 크지만, 당장 생계가 끊길 위기다. A씨는 "맨홀 때문에 사고가 나서 회사에서는 한 달 이상 휴직하면 퇴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관리 주체 모른다는 구청과 발 빼는 건물주
억울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숨바꼭질 중이다. 사고가 난 맨홀은 여러 건물이 하수관로를 같이 쓰고 있는 구조다. 인근 건물주들은 "1990년도에 구성된 것이라 우리는 모른다"며 발을 빼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시 남구청 관계자 역시 당장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구청 측은 "(맨홀을) 같이 쓰고 있을 때 관리 주체를 알아봐야 해서 하수도법이랑 관련 조례를 찾아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확인된 게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책임 불명확해도 지자체 귀책사유가 더 무겁다"
그렇다면 법의 잣대로 볼 때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 지자체와 건물주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렵지만 공공시설 특성상 지자체의 귀책사유가 더 무겁게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해당 맨홀이 공공 하수관로에 연결된 공공 영조물이라면, 지자체는 '국가배상법 제5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특히 영조물 책임은 무과실책임에 가까워 지자체가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만으로도 배상 책임이 성립한다.
관할 구청이 "관리 주체를 몰랐다"고 변명하더라도, 도로관리청인 지자체의 최종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건물주들 역시 자유롭지 않다. 만약 해당 맨홀이 건물의 사유 하수관로에 연결된 것이라면 '민법 제758조'에 따라 공작물 점유자인 건물주들이 1차적 배상 책임을 진다. 여러 건물이 공동으로 사용했다면 건물주 전원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피해자의 반격 "구청과 건물주 모두 피고로 묶어라"
핑퐁 게임에 지친 A씨가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무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유리한 방법은 지자체와 건물주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민사 및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관리 주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양측을 모두 피고로 묶어 법원이 연대책임을 묻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A씨는 입원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의 수입 감소분(일실수입)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회사가 6주 진단을 이유로 강제 퇴사시키는 것은 별개의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소지가 크므로, 사고 가해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과 함께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병행하는 투트랙 대응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