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돈 번다던 폴리마켓 차단… 합법 파생상품과 불법 도박 가른 경계는
비 오면 돈 번다던 폴리마켓 차단… 합법 파생상품과 불법 도박 가른 경계는
방미심위, 세계 최대 예측시장 차단
"통제 불가능한 사건에 승패"
개인 이용자 형사책임은

방통심의위가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을 불법 도박 환경 제공 정보로 보고 국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폴리마켓 사이트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길까?", "이번 달 서울에 비가 얼마나 올까?"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올라오는 질문들이다. 이용자들은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USDC)을 걸고 승패를 맞히면 판돈을 싹쓸이한다.
누군가에게는 신종 테크 기반 재테크지만,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18일, 방미심위는 폴리마켓을 불법 도박 환경을 제공하는 정보로 규정하고 국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똑같은 서비스를 두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 해외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규제·포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한국 사법·행정 당국은 왜 도박 칼날을 꺼내 들었을까.
선거 결과와 강수량도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을까?
해외 일부 국가처럼 폴리마켓을 정식 금융상품인 파생상품으로 볼 수는 없을까.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을 금융상품·통화·일반상품 외에도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넓게 인정한다.
강수량(날씨)은 기상청의 공식 관측 수치처럼 객관적 수치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강수량은 현행법상 파생상품의 기초자산 요건을 충족할 여지가 충분하며,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 날씨파생상품이 거래되기도 한다.
반면, 선거 결과는 경제 현상이 아닌 정치적 이벤트다. 당선과 낙선이라는 이진 결과 형태를 띠므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연속적인 가격·지표 평가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과거 DLS(파생결합증권) 관련 판결에서 "기초자산은 외생적으로 결정되며 합리적이고 적정한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선거 결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기초자산으로 포섭하기에는 현행 한국 자본시장법의 정의가 협소하다. 이진 이벤트 예측 시장을 금융 영역으로 끌어안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입법적 보완 없이는 파생상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통제할 수 없는 사건에 승패 갈린다… 옵션·로또도 도박인가?
방미심위가 폴리마켓을 차단하며 내세운 핵심 논거는 "이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의 결과에 승패가 갈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의문이 생긴다. 주가지수 옵션이나 날씨파생상품, 심지어 로또 역시 이용자가 결과를 전혀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도 모두 도박일까?
법적으로 합법 금융·복권과 불법 도박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통제 불가능성 그 자체보다 법률률상 허가와 도박죄 배제 규정의 존재 여부에 있다.

우리 자본시장법 제10조 제2항은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도박죄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기관이 제도권 틀 안에서 거래를 중개할 때만 도박죄라는 형사처벌에서 예외를 받는다.
인가를 받지 않은 채 투자자 보호 체계도 없이 운영되는 폴리마켓은 법적 보호막을 전혀 얻지 못하므로, 도박장소개설 방조 및 불법 도박 환경 제공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재미 삼아 코인 걸었는데…" 개인 이용자의 형사책임은?
지난 5월, 경찰이 폴리마켓 국내 이용자들을 도박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서면서 베팅에 참여한 개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법률상 가상자산인 USDC 역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므로, 이를 걸고 우연한 승패에 재물 득실을 결정짓는 행위는 형법 제246조 제1항(도박죄)의 구성요건을 완벽히 충족한다.
형법은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상자산 지갑을 연동해 지속적·반복적으로 베팅이 이루어지는 폴리마켓 구조상 단순 일시오락으로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다.
베팅 횟수가 많거나 판돈 금액이 클 경우 형법 제246조 제2항(상습도박죄)이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