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 쓴다고 받은 카드로 날 위해 3000만원 긁었다…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은?
널 위해 쓴다고 받은 카드로 날 위해 3000만원 긁었다…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은?
수감 중인 지인 명의 카드 빌려 개인 용도로 23회 사용
대법 "사용 권한 부여받았어도, 다른 용도로 썼으면 부정사용"

"변호사 성공사례비 먼저 줘야한다"고 말한 뒤, 수감 중인 지인에게 넘겨받은 신용카드. 하지만, 이 카드로 처음 목적과 다른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면 죄가 될까.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 속에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셔터스톡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어도, 처음 말한 것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지인 B씨에게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성공사례비를 먼저 줘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B씨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넘겨받았다.
이후 A씨는 약속과 달리 B씨의 카드로 약 한 달 동안 23회에 걸쳐 약 3000만원을 사용했다.
결국 A씨는 사기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 형법은 사람을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경우 사기죄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제347조).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강취(强取·강제로 뺏음), 횡령하거나 기망, 공갈 등으로 취득한 신용‧직불카드를 판매‧사용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제70조 제1항 제4호).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신용카드를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B씨를 속여 카드를 교부받았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기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했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A씨가 애초 말한 것과 달리 B씨의 돈을 사용하긴 했지만, B씨로부터 카드 사용권한을 받은 이상 부정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편지에서 부족한 변호사 선임비를 B씨 카드로 일시적으로 결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취지로 말한 점 등에 비춰볼 때 B씨가 A씨에게 자신의 카드 사용권한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A씨가 B씨로부터 신용카드 사용 권한을 부여받았더라도, 처음에 알린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부정사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B씨가 A씨에게 속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신용카드를 건넸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다시 말해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여 받은 카드를 사용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2006년 판결 이후 형식적으로 사용권한을 부여받은 신용카드 사용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하급심에서 혼선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관련 부분을 조금 더 명확히 해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06년 대법원은 피해자를 협박해 받아낸 카드로 현금서비스 및 편의점 결제에 사용한 사건에서 '피해자들 의사에 의하지 않은 점유이탈'이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처음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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