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신청권 0%의 진실, 소장 재량에 달린 운명... '교정성적'이 유일한 열쇠
가석방 신청권 0%의 진실, 소장 재량에 달린 운명... '교정성적'이 유일한 열쇠
형기 채워도 "내보내달라" 요구 못 해
법원 "가석방은 국가의 은혜, 소송 대상도 안 돼"

가석방은 수형자의 권리가 아닌 교정당국의 재량에 따른 '은혜적 조치'이며, 심사 탈락 시 법적 불복이 불가능하므로 자격증 취득 등 교정성적 관리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징역형을 사는 수형자들에게 '형기의 3분의 1'은 자유를 향한 희망의 숫자다. 현행법상 가석방이 가능해지는 최소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가 문밖을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반전은 수형자 본인에게는 가석방을 신청할 권리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가석방은 수형자가 형기 만료 전 사회로 복귀하는 제도지만, 이는 본인의 의사가 아닌 교도소장의 판단에서 시작된다. 교도소장은 수형자의 행상과 개전의 정을 살펴 가석방 심사를 신청할지 결정한다. 수형자는 그저 교도소장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며, 설령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이를 다툴 법적 수단조차 마땅치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석방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징역 또는 금고형을 집행 중이어야 하며,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마쳐야 한다. 벌금이나 과료가 함께 부과됐다면 이 역시 전액 납부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문턱'일 뿐이다. 실제로는 행상이 양호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교도소장이 인정해야만 비로소 심사대에 오를 수 있다.
교도소장이 문 안 열어주면 끝? 3단계로 이어지는 가석방의 '좁은 문'
가석방 절차는 총 3단계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1단계는 교도소장의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이다. 교도소 내부 분류처우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거친 뒤, 소장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적격심사를 신청한다. 이때 소장은 수형자의 나이, 죄명, 범죄동기, 교정성적 등을 종합한 조사표를 첨부해야 한다.
2단계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적격심사'다. 위원회는 수형자의 건강 상태와 가석방 후의 생계 능력, 재범 위험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가부를 결정한다. 마지막 3단계는 법무부 장관의 '최종 허가'다. 장관이 위원회의 신청이 적정하다고 인정해 허가하면 가석방이 성립된다. 가석방된 자는 남은 형기 동안 보호관찰을 받게 되며, 이 기간을 무사히 마치면 형 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본다.
"가석방은 권리 아닌 국가 재량"... 법원이 선을 그은 '은혜적 조치'
법조계는 가석방을 수형자의 법적 권리가 아닌 국가의 '재량적 조치'로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가석방은 수형자의 요청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량적 조치"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2007. 7. 26. 선고 2006헌마298 결정).
따라서 수형자가 요건을 갖췄더라도 국가에 가석방을 요구할 권리는 생기지 않는다. 교도소장이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수형자의 법적 지위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2016. 1. 12. 선고 2015헌마1201 결정).
행정법원의 입장도 같다. 서울행정법원은 가석방을 '은혜적 조치'라고 부르며 가석방 적격심사 대상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 자체를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 2017. 9. 21. 선고 2017구합64613 판결). 심사 탈락에 대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교정성적'... 자격증 취득이 가석방 앞당긴다
불복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수형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교정성적'을 극대화하여 소장의 신청을 끌어내는 것뿐이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가석방 심사 시 교정성적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교정성적을 높이려면 단순히 규율을 어기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교화 노력이 필요하다. 검정고시 합격이나 학사 학위 취득, 기사 이상의 기술자격 취득, 혹은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67조 제5호). 이러한 성과는 처우 등급을 상향시켜 가석방 심사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한다.
가석방은 전적으로 당국의 재량인 만큼, 수형자 스스로 사회복귀 의지와 생계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록을 쌓는 것만이 자유를 앞당길 유일한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