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은 딸, 상속은 아들… 황당한 아버지 유언장, 되돌릴 방법 있다
간병은 딸, 상속은 아들… 황당한 아버지 유언장, 되돌릴 방법 있다
유언장 유효해도 유류분·기여분 청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5년간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병했지만, 가장 비싼 아파트는 연락도 뜸하던 오빠에게 돌아갔다. 아버지의 유언장을 확인한 막내딸은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부모님 곁을 지키며 헌신한 자녀의 상속 권리는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삼 남매 막내딸의 사연이다. 장남인 오빠는 서울에서 공무원으로, 언니는 광주에서 주부로 지내며 명절에도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고향에 남은 사연자는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부모님을 돌본 유일한 자식이었다.
5년 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뒤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모두 사연자의 몫이었다. 오빠와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보내주겠다"는 빈말뿐, 실제 돈을 보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켰지만, 유언장은 딸의 헌신을 철저히 외면했다.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 두 채 중 가장 비싼 아파트를 오빠에게만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아픈 상태에서 쓴 유언장, 효력 있을까?
사연자는 먼저 아버지의 유언장 자체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중풍을 앓는 상태에서 작성된 유언도 법적 효력이 있을까. 유언의 효력은 형식적, 실질적 요건을 모두 갖춰야 인정된다. 민법이 정한 5가지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등)을 따르지 않으면 무효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 요건, 즉 '유언 능력'이다. 유언 당시 자신의 행위가 어떤 의미와 결과를 낳는지 판단할 정신적 능력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아버지가 중풍을 앓았더라도 유언장 작성 시점에 의사 표현과 판단이 가능했다면 유언은 유효하다. 반면 사리 분별이 어려운 상태였다면 무효를 주장할 수 있지만, 이를 주장하는 쪽에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유언이 유효해도…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몫, '유류분'
설령 아버지의 유언이 유효하더라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은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다. 다른 상속인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 지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사연자는 삼 남매 중 한 명이므로 법정 상속분은 3분의 1이다.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절반이므로, 사연자는 전체 상속 재산의 '6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
이때 기초가 되는 재산은 아버지가 남긴 재산뿐만 아니라, 생전에 오빠나 다른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한다. 단, 이 권리는 유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5년간의 헌신, '기여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유언장에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산에 대해서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연자의 헌신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또 다른 핵심 제도가 바로 '기여분'이다.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 유지·증식에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해 실질적 공평을 이루려는 취지다.
법원은 통상 기대되는 수준을 넘는 기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데, 사연자가 5년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한 것은 특별한 기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송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명인 변호사는 "과거 부양료에 대한 구상금 청구도 가능하지만,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하면서 기여분을 주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