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만에 귀가한 조국 부인에 ‘황제 소환’ 논란⋯ 전례를 보니
8시간 만에 귀가한 조국 부인에 ‘황제 소환’ 논란⋯ 전례를 보니
이상득 전 의원⋅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모두 '건강상 이유'로 귀가
법조계 "조사 중지 요청권, 피의자에게 있어⋯ 특혜 아니다"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주차장. 정 교수는 해당 통로를 통해서 3일 비공개로 소환됐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조사실까지 기자들의 눈을 피해 올라갈 수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검찰 조사가 8시간만에 중단됐다. 정 교수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하면서다. 언론의 눈을 피해 비공개로 소환됐던 정 교수가 조사까지 중간에 멈추고 귀가하자 "법무장관 부인이라 특혜를 받은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제 소환'이라는 이야기다.
논란의 근거에는 ① 기자들이 적은 휴일에 소환한 점 ② 지하주차장으로 비공개 소환한 점 ③ 건강상 문제로 도중에 귀가한 점 ④ 피의자 진술 조서에 날인하지 않은 점 크게 4가지가 지적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특혜라 할 수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문제된 점들이 모두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일 뿐이고, 전례로 비춰보아도 이례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3일 오전 9시쯤 정 교수를 비공개로 소환했다. 정 교수의 출석을 촬영하려고 기자들이 청사 곳곳을 지켰지만 정 교수는 언론의 눈을 피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 교수가 조사실 안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정 교수의 귀가 역시 상황이 종료된 후에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5시 22분쯤 기자들에게 “정 교수가 건강 상태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여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하게 했다”고 알렸다. 정 교수는 문자가 발송되기 10분 전쯤 이미 청사를 빠져나갔다고 한다.
정 교수는 지난달 6일 딸의 대학원 진학 등을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검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 교수는 이날 사문서 위조 혐의와 함께 사모펀드 투자 등과 관련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이날 검찰이 작성한 진술 조서를 열람하거나 날인하지 않고 귀가했다고 한다.
검찰은 당초 정 교수를 공개 소환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자 "불상사에 대비하겠다"는 명목으로 비공개 소환했다. 검찰이 공개소환을 하겠다고 했다가 비공개소환으로 바꾼 적은 처음 있는 일이라, 일각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특혜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날 정 교수가 시작 8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특혜 시비'가 한 층 짙어졌다. 피의자가 '조사를 못 받겠다'고 말하고 집에 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였다. 진술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조서를 법적 증거로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의 질문 내용을 숙지하고 귀가하면 향후 변호사와 대책 회의를 세운 뒤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출두한 소식이 전해진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기자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특혜가 아니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지금껏 검찰은 건강상의 불편함을 이야기했던 피의자들을 배려해 귀가시켰던 적이 여러 번이고, 만일 피의자가 "몸이 불편하다"고 했는데도 계속 조사할 경우엔 재판에서 해당 진술의 증거를 의심받는 상황에까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는 모든 의혹에 대해 "정 교수에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진술서에 날인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헌법에서 명시한 묵비권을 사용한 거나 다름 없다"라며 이어서 "당연한 피의자의 권리"라고 말했다.
전례를 비추어 봐도 정 교수의 검찰 소환을 '황제 소환'으로 볼 수는 없다. 검찰 조사 중 건강상 이유로 귀가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억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이상득 전 의원은 조사 4시간 만에 조기 귀가했다. '건강상의 이유'였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의원을 돌려보낸 뒤 다시 일정을 잡아 조사했다.
비슷한 시기 탈세와 횡령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역시 검찰에 들어온지 11시간만에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했다. 마찬가지로 "몸이 불편하다"는 까닭으로였다. 검찰은 바로 다음날 이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016년엔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팔목이 아프다"는 이유로 검찰조사 4시간만에 조사가 중단됐다. 역시 다음날 다시 소환돼 나머지 조사를 받았다.
정필승 변호사도 "사법농단 사건 당시에도 피의자가 된 법조인들의 진술서 수정 등에만 상당기간이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 교수의 '시간 끌기'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해석이다.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은 정 교수의 소환 조사 다음날인 4일 출근길에 "제 가족은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입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교수는 이르면 오늘 다시 출석해 조사받게 될 예정이다.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개소환 전면 폐지' 지시에 따라 비공개 소환은 계속 될 전망이다.

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 위로 직원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