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 싸움에…기재부 공무원 185명, 새우 등 터질 위기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 싸움에…기재부 공무원 185명, 새우 등 터질 위기
한국당 뺀 '4+1 협의체' 통해 500조 규모 2020년 예산안 처리
'예산 패싱' 당한 한국당 "기재부 장관부터 실무자까지 모두 고발"

["세금도둑 민주당" 항의하는 한국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세금도둑 민주당, 예산날치기 문희상"을 외치며 2020년 예산안 통과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500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작성한 기획재정부(기재부) 공무원들이 검찰에 고발당할 위기에 몰렸다. 10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에 위법성 논란이 불거지자, 이걸 작성하는 데 도움을 보탠 예산실 직원들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은 11일 아침 언론 인터뷰에서 "법적 근거 없는 임의기구가 예산안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공무원들의 협조를 받았다"며 "기재부 장관부터 실무자까지 모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기재부 예산실 소속 공무원 185명 모두가 재판정에 서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500조' 2020년 예산안, 본회의 통과]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하는 가운데 2020년 예산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도 예산안은 예년과 다르게 처리됐다. 원래 예산안은 국회 교섭단체 간 합의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교섭단체 셋(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중에 두 곳이 빠진 채 논의됐다.
논의 주체는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이 만든 '4+1 협의체'였다. 이런 방식으로 여야 합의 없이 예산안이 처리된 건 개정 국회법이 적용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여야 간 싸움에서 '새우 등'이 터진 건 기재부였다. 기재부 관료들은 예산안이 통과된 10일 밤늦게까지 예산안 처리 실무 작업을 도왔다. 매년 하는 일이었다. 기재부는 매년 이맘때면 국회가 합의한 결과대로 예산 명세서를 작성해왔다. 예산으로 확정된 숫자를 '국가 예산망 시트'에 넣는다는 의미에서 이를 '시트 작업'으로 부른다.
한국당은 이 시트 작업을 걸고넘어졌다.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이 합의한 예산안을 기재부 공무원들이 돕는 건 합법이지만, 법적 근거 없는 '4+1 협의체'가 만든 예산안을 기재부가 돕는 건 위법이라는 논리에서다.

[항의하는 심재철 원내대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예산안 날치기 세금도둑 규탄대회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4+1 협의체'가 가동됐을 때 한국당은 "예결위 예산심사가 중단된 후 새로 예산명세표를 변경한 게 발각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었다. "각 항목마다 담당자를 가려내 이를 지시한 장관, 차관, 예산실장 등을 직권남용과 정치관여죄로 한 건 한 건 찾아 모두 고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는 "예산안 확정 작업과 관련해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장관이 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장관이 혼자 책임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모두 공범으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한국당은 매우 강경하다. 제1야당을 따돌리고 법적 근거 없는 기구가 국가예산을 심사했는데, 기재부에 여기에 협조했으니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발할 것" 김재원의 경고]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김재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근거가 없는 '4+1 협의체'의 예산안 심사에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동원되어 '시트작업(예산명세서 작성)'을 하고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정치관여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여당과 거기에 기생한 일부 정당이 세금을 자기들끼리 나눠 갖는데 국가 공무원들이 관여했다"며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정치에 관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관련 공무원은 절차상 당연히 고발이다"고 말했다.
고발 선상에 오를 사람은 일단 '예산 라인'에 있는 공무원들이다. 기재부 장관, 기재부 2차관, 예산실장,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총괄과장 등이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관여한 직원은 모조리 고발하겠다"는 한국당의 발표가 현실화될 경우, 기재부 예산실에 있는 모든 직원이 고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기재부 예산실이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3층이 텅텅 빌 수도 있다. 이 경우 국가 예산 행정이 '올스톱'될 우려도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예산실 말단 직원까지는 아니겠지만 5급 사무관 이상은 상당수가 고발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