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감옥서 보낸 지시에 30억 마약 쏟아져…'마약왕' 박왕열 공범 236명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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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감옥서 보낸 지시에 30억 마약 쏟아져…'마약왕' 박왕열 공범 236명의 운명은

2026. 03. 27 11:51 작성2026. 04. 02 11:49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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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은 공동정범, 말단은 종범

'마약왕' 박왕열이 27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필리핀 수감실에서 보낸 지시 한 번에 30억 원어치 마약이 한국으로 쏟아졌고, 이를 도운 국내 공범만 236명에 달했다.


필리핀에서 송환된 '국제 마약왕' 박왕열이 구속 갈림길에 선 가운데, 그를 둘러싼 방대한 마약 유통망의 법적 처벌 수위와 입증 책임에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박 씨와 연루된 국내 공범 236명을 파악해 42명을 구속했으며, 수사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30억 원대 마약 밀수·유통…공범들의 처벌 수위는?


박 씨는 2024년 필리핀과 남아공에서 국내로 도합 4.6kg의 필로폰을 반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밀수입된 마약류의 시가는 약 30억 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이 범행에 가담한 밀수 공범들은 무거운 죗값을 치를 전망이다. 현행법상 밀수입한 마약류 가액이 5,000만 원 이상일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소화전이나 우편함에 마약을 숨겨 판매한 이른바 '던지기' 수법에 가담한 유통책들도 법망을 피할 수 없다.


마약류를 매매하거나 알선한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또한, 본인이 실제로 챙긴 이득액이나 소유했던 마약 가액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추징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조직 내에서 맡은 '역할'이다. 실무상 마약 조직은 총책, 해외 운반책(지게꾼), 보관책, 국내 운반책(드라퍼) 등으로 역할이 분담된다.


우리 법원은 이들 사이에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고 보아, 직접 실행에 관여하지 않은 자라도 공동정범으로 무겁게 처벌한다.


반면, 조직의 말단에서 단순 심부름 등 보조적 역할만 수행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종범(방조범)으로 형이 감경될 여지도 존재한다. 박 씨 본인의 경우, 타인에게 범행을 지시했으므로 교사범 또는 공동정범으로 의율될 수 있다.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점조직 형태와 깐깐한 입증 기준


경찰이 236명이라는 대규모 공범을 파악했지만, 수사기관이 파악한 규모와 실제 조직의 크기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약 범죄 조직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조직원끼리도 서로의 인적 사항을 모르는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어떻게 공범으로 묶어 처벌할 수 있을까.


대법원 판례는 공모 관계에 대해 명시적이고 직접적인 의사 합치가 없더라도,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 결합만 있으면 성립한다고 본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끌어모은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증거들이 활용된다.


  • 피고인과 주범 사이의 통화기록이나 메시지 내역
  • 계좌이체 등 금전 거래 내역
  • 마약류 전달 장소와 시간에서의 동선 파악
  • 조직 내 역할 분담 정황


다만 법적 입증 문턱은 상당히 높다. 마약 조직 사건에서는 붙잡힌 공범의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되곤 하지만,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할 경우 증거능력이 아예 상실된다.


또한, 마약을 구매했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이를 담보할 객관적 사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박왕열을 위시한 200여 명의 거대 마약 카르텔을 완전히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엇갈리는 진술을 뛰어넘어 통화기록, 계좌 내역, CCTV 등 객관적 물증을 얼마나 촘촘하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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