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상징' 수갑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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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상징' 수갑이 사라지고 있다

2020. 10. 15 19:44 작성2020. 10. 16 15:38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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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갑 분실, 최근 3년 사이 총 364건

수갑은 경찰 업무의 필수품인데 왜 관리를 소홀히 하는 걸까

관련 법률 찾아봤지만⋯수갑 분실에 대한 징계 규정 없어

수갑을 자신들의 '상징'처럼 사용하는 경찰. 하지만 이 수갑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3일에 하나씩. 해당 사진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해 반발하는 현직 경찰들이 지난 11일 수갑을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범인을 검거할 때 필수품인 수갑. 이 수갑이 사라지고 있다. 최첨단 체포 장비가 등장한 것일까? 아니다. 그냥 경찰이 잃어버린 거다. 그것도 3일에 하나씩.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수십 건에서 백 건 넘게 수갑을 분실했다. 3년간 총 364개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경찰관이 수갑을 분실한 것은 군인이 총을 분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갑 분실도 그에 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사실 경찰은 수갑을 자신들의 '상징'처럼 사용한다. 지난달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수갑 반납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마디로 수갑을 '경찰 신분'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에도 경찰은 같은 내용의 퍼포먼스를 했다.


이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수갑을 경찰은 왜 소홀히 관리할까. 관련 법률을 찾아보니 정답이 있었다.


수갑 분실했을 때 징계 규정, 관련 법률에 없어

'수갑'은 법률로 규정된 경찰 장비다. 즉, 경찰이 사용해야 하며 직무에 필요한 물건이다.


경찰장비관리규칙 제75조는 '경찰관이 휴대해 범인 검거와 범죄 진압 등 직무 수행에 사용하는 장비'로 수갑과 경찰봉, 전자충격기 등을 규정한다. 만약 수갑을 분실하면, 이 법 제76조 제6항에 따라 소속 물품 관리관에게 즉시 보고한 후 재지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률에는 분실에 따른 징계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법률사무소 재원의 권솔지 변호사는 "처벌이나 징계를 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며 "실제 징계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징계에 대한 규정인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봐도 뚜렷한 내용이 없다. 수갑을 잃어버려도 법률상 징계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분실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피데스법률사무소의 정민규 변호사는 "경찰청이 적극 징계를 하지 않는 것은 경찰관 사기 진작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수갑 분실은 단순 장비 분실이 아니라 무기에 준하는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적정한 징계권을 행사해야 하며, 이를 내버려 두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수갑 관리를 경찰 '개인'이 할 수 있게 한 규정도 분실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경찰장비관리규칙 제76조 제1항에 의해 수갑을 개인이 관리, 운용할 수 있어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에는 분실의 위험이 상당하여 문제가 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징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변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경찰공무원 지급품에 관한 규칙' 제5조 제2항)이 있지만, 무조건 배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즉, 배상을 해야 할 수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하다가 수갑을 분실한 경우라면 배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경찰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분실도 주의나 경고 등을 받는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재원'의 권솔지 변호사, '피데스법률사무소'의 정민규 변호사,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 /로톡 DB


반면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는 "별도의 형사처벌까지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민 변호사는 "경찰이 내부적으로 수갑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수갑 분실로 형사처벌을 하면 수사가 위축돼 경찰 본연의 업무인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에 있어서 소극적인 결과가 나올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특히 민 변호사는 "살상도구인 총은 위험성에 있어 수갑과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갑 분실을 총기 분실과 비교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분실된 수갑 주운 사람이 경찰 사칭하면⋯그 책임은 누가?

수갑 분실은 경찰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그 수갑을 이용해 경찰을 사칭하는 등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 권솔지 변호사는 "경찰이 잃어버린 수갑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실제로 그와 같은 범죄가 일어났던 경우들도 왕왕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수갑을 잃어버린 당사자는 책임지지 않는다. 실제로 경찰청 관계자는 "여태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며 "만약 분실 사유에 대해 이미 징계가 이뤄졌다면, 범죄에 악용됐다고 별도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민규 변호사는 "경찰관이 얼마나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고, 그 범죄 발생이 예견 가능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관이 "수갑을 잃어버리면,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해야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는 취지다.


권 변호사는 "분실한 수갑으로 다른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도, 해당 경찰이 그 범죄를 교사하는 등 범죄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수갑을 분실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갑 분실에 대한 방안으로 정 변호사는 "수갑을 경찰 장구가 아니라 무기류에 준해서 관리하도록 경찰청 훈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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