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인 줄 꿈에도 몰랐는데…가발 쓰고 결혼한 남편, 사기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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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인 줄 꿈에도 몰랐는데…가발 쓰고 결혼한 남편, 사기죄일까?

2026. 01. 13 10:0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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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가발 사기 결혼' 소송

한국 법으로 뜯어보니

탈모·학력·연봉을 속이고 결혼했다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탈모·학력·소득을 숨기고 결혼한 인도 남성이 사기죄로 고소된 해외 사례가 화제다. /셔터스톡

결혼 1년 차 아내 A씨는 남편이 신혼집에서 가발을 벗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머리숱이 많다던 남편은 심각한 탈모 상태였다. 최근 인도에서 벌어진 기막힌 사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배신감에 휩싸인 A씨는 남편의 뒷조사를 시작했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대졸이라던 학력은 고졸이었고, 연봉도 턱없이 부풀려져 있었던 것.


A씨가 이를 따져 묻자 남편은 돌변했다. 사과는커녕 A씨를 협박하고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남편은 A씨의 귀금속까지 빼앗아 달아났다.


참다못한 A씨는 남편과 시가 식구들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만약 이 막장 드라마 같은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우리 법은 남편을 사기죄로 처벌했을까?


대머리 숨긴 죄?... 처벌은 쉽지 않다

단순히 탈모 사실을 숨기고 가발을 쓰고 결혼한 것만으로는 사기죄 처벌이 어렵다. 한국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해야 한다. 즉, 결혼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외모나 학력을 속여 결혼에 골인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남편이 결혼을 빌미로 귀금속 등 재물을 챙기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처음부터 금품을 노리고 탈모, 학력, 소득 등을 총동원해 A씨를 속여 결혼한 뒤 실제로 재산을 가로챘다면, 이는 명백한 결혼 사기로 사기죄 처벌이 가능하다. 이때 시가 식구들이 범행에 가담했다면 공범으로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


가발·성형·보정... 어디까지가 사기일까

그렇다면 결혼 전 우리는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까. 쌍꺼풀 수술 사실을 숨기거나, SNS 사진을 과하게 보정한 것도 사기 결혼일까.


법조계에서는 외모나 재력 등은 혼인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가발 착용, 성형수술, 사진 보정 등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만약 남편이 "나는 절대 대머리가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거나, 가발을 벗은 모습을 알았다면 A씨가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될 만큼 그 속임수가 중대했다면 법적 구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결혼 무효야!"... 혼인 취소 가능할까

A씨처럼 뒤통수를 맞은 경우, 결혼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민법은 사기나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단순히 학력이나 소득을 조금 부풀린 정도로는 혼인 취소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A씨의 남편처럼 탈모, 학력, 소득 등 여러 가지 중요한 사실을 총체적으로, 그것도 적극적으로 속여 상대방의 결혼 결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혼인 취소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혼인 취소가 어렵다면 이혼 소송을 통해 갈라서는 방법도 있다. 남편의 거짓말과 이후 이어진 폭언, 폭행 등은 재판상 이혼 사유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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