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한번 쳐다봤다고 불법촬영 동의? 경찰 불송치 뒤집을 이의신청 법리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카메라 한번 쳐다봤다고 불법촬영 동의? 경찰 불송치 뒤집을 이의신청 법리

2026. 09. 01 11:0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피해자의 과거 사진 전송 근거로 불송치 결정

가해자 자백 녹취도 외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를 카메라등이용촬영죄(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A씨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B씨가 성관계 및 나체 영상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증거로 촬영물 일부와 카카오톡 대화, B씨 스스로 촬영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로부터 황당한 내용의 불송치 결정 이유서를 받았다. 과거 A씨가 B씨에게 자발적으로 보냈던 신체 사진과 촬영된 영상 중 A씨가 카메라를 바라본 장면을 근거로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었다.


A씨는 자신이 보낸 사진과 동의 없이 찍힌 영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사기관의 판단을 바로잡고 B씨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게 할 방법은 없을까?


'네가 동의한 것'이라는 경찰…가해자 자백 녹취도 소용없었다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를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하며 촬영 관련 사진 및 영상, 카카오톡 대화, 그리고 B씨가 촬영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화 녹음까지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불송치 이유서에는 A씨가 과거 B씨에게 자발적으로 보낸 신체 사진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불법촬영물 중 일부에서 A씨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토대로 촬영에 대한 A씨의 동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A씨는 "과거에 자발적으로 보낸 사진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촬영된 성관계 영상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거 사진 보냈으면 이후 촬영도 동의? 변호사들 "명백한 법리 오해"

변호사들은 경찰의 판단에 명백한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동의' 여부는 촬영물 하나하나에 대해, 그리고 촬영하는 바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과거에 연인으로서 자발적으로 사진을 전송한 적이 있다고 해서, 내가 인식하지 못한 다른 일시·장소에서의 성관계 및 나체 영상 촬영까지 동의했다고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유수 유수빈 변호사 역시 "과거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연인에게 보내준 것과 상대방이 성관계나 나체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은 촬영주체·내용·방법과 침해 정도가 전혀 다르다"며 "과거의 동의를 이번 촬영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쉽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카메라를 잠시 쳐다본 장면만으로 동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카메라를 바라본 장면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영상의 촬영을 사전에 인식하고 동의했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대법원은 과거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잠든 사이 몰래 나체를 촬영했다면 이는 명백히 '의사에 반한 촬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불송치 결정 뒤집으려면…'논리 오류' 조목조목 반박해야

변호사들은 A씨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해 충분히 다퉈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면 사건은 자동으로 검찰에 넘겨져 다시 한번 판단을 받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경찰 판단의 법리적·사실관계적 오류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이의신청에서는 증거의 의미를 다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녹취에서 상대방이 촬영을 인정한 취지라면, 그 발언이 언제 어떤 범위의 촬영을 의미하는지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이의신청 시에는 기존 제출 증거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하여 동의의 시점과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자발적 전송 사진과 비동의 촬영물의 법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제출하는 것이 재수사 및 송치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B씨가 촬영 사실을 인정한 녹취는 '동의 없는 촬영'이었음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백헌 유상배 변호사는 "피의자가 불법 촬영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발언한 녹취록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객관적 증거"라며 "수사기관이 이러한 핵심 증거보다 피의자의 변명이나 단편적인 정황에 치중했다면 이의신청을 통해 충분히 다퉈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어떻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