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으로 배송된 택배 물건 썼는데⋯"'절도죄'로 고소" 협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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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으로 배송된 택배 물건 썼는데⋯"'절도죄'로 고소" 협박받았다

2020. 02. 19 11:34 작성2020. 02. 19 11:43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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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보낸 택배인 줄 알고 썼는데⋯"훔쳤으니 50배 물어라"

7만원에 합의했지만, 며칠 뒤 "4만원 더 달라"며 찾아와

변호사 "절도죄 해당 안 해⋯오히려 상대방이 처벌될 가능성 있다"

집 앞에 배송 온 택배를 별생각 없이 사용했다가 "절도죄"라며 합의금을 강요받은 A씨. 이런 경우 정말 절도죄로 처벌받게 될까? 합의금을 줄 수밖에 없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집주인이 보낸 건 줄 알았는데⋯ "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A씨. 이사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때였다. 마침 문을 열었더니 인터넷 랜선 하나가 배송되어 있었다. A씨는 '집주인이 보냈나 보다' 싶었다. 별생각 없이 집안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틀 뒤, 모르는 사람이 A씨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그 택배는 내 것이었다"며 "당신이 훔쳐 갔으니 물건값의 50배를 물어줘야 하는데, 합의금으로 7만원만 받겠다"고 주장했다. 잔뜩 겁먹은 A씨. 다른 방법이 없었다. 랜선과 함께 7만원을 그 자리에서 송금했다.


억울했지만, 남의 것을 가져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그 사람이 찾아왔다. 이번엔 4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더는 순순히 물러서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A씨. 그러나 자신도 절도죄로 처벌될까 봐 무섭다. 변호사와 사건을 분석했다.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 A씨⋯'부당이득죄'에 해당하는 B씨

법무법인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는 "A씨가 형사 처벌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A씨의 행위는 절도죄 또는 횡령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변호사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범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택배를 집주인이 보낸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 건 상대방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부당이득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그 근거로 "상대방은 A씨의 궁박(窮迫⋅몹시 어려운 처지)한 사정을 이용하여 랜선의 가격보다 더 많은 합의금(7만원)을 절도 운운하며 받아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이러한 행동은 형법상(제 349조) 부당이득죄에 해당할 수 있다.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혹시, 상대방을 '공갈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공갈죄란 협박을 수단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죄다. 이 변호사는 "그렇게까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희 변호사는 "공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며 "이 경우는 그렇게까지 보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B씨가 '50배를 물어내게 만들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원래 50배인 것으로 아는데) 7만 원만 내면 고소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억울하게 줬던 피 같은 7만원⋯ "돌려받을 수 있다"

또한, 이재희 변호사는 "A씨가 7만원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A씨는 상대방과 구두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당시 A씨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무효가 된다"고 했다.


우리 민법(제 104조)은 "당사자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7만원의 반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처벌될 사람은 A씨가 아닌 상대방이며, 오히려 7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변호사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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