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납치살인 비극, '여러 번 신고했는데' 법은 왜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나?
동탄 납치살인 비극, '여러 번 신고했는데' 법은 왜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나?
‘화성 동탄 사건’으로 본 법적 보호망의 문제점 집중 분석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5년 5월 30일 방송 장면.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 지역에서 3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납치된 후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생전에 수차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결국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경찰의 초기 대응 및 피해자 보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법적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안준형 변호사는 피해자가 수차례 위험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이 제공하는 보호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법적 쟁점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의 초기 적용 미흡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초기 피해자의 신고를 단순 '교제 폭력'으로 판단해 가정폭력 사건 대응 시 필요한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 작성과 같은 초기 절차를 생략했다. 안 변호사는 "3번째 신고 이후에야 가정폭력 사건으로 인지하고 '긴급임시조치'를 취했으나, 이는 법이 부여한 적극적 개입 권한을 뒤늦게 활용한 사례"라고 말했다.
가정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으로서의 '사실혼(사실상 혼인 관계)' 관계에 대한 해석 문제도 제기됐다.
안 변호사는 "현행법상 사실혼 관계 역시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초기 단계에서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는 "법 적용 대상에 대한 이해와 판단의 정확성 문제"라고 짚었다.
피해자의 명시적 요청과 증거자료 제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구속영장 신청'이 누락된 절차상 문제 또한 지적됐다.
안 변호사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과 격리를 요구하며 상당량의 증거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담당 수사관의 휴직 및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문제로 영장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형사사법 절차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안 변호사는 분석했다.
현행 피해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됐다.
안 변호사는 법원을 통해 발부되는 '접근금지명령'의 경우 "신청부터 결정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통상 한 달 이상)되어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안전 확보 수단이 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는 신속한 보호를 위한 법적 절차의 개선 필요성을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일선 경찰의 '고소장' 접수 관련 관행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안 변호사는 "일부 경찰관들이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고소장 접수를 지연시키거나 반려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는 법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조치일 수 있으며, 국민의 정당한 법적 권리 행사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안 변호사는 이러한 법적 쟁점들을 종합하며,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법 집행 과정에서의 전문성 강화, 관련 인력의 확충, 그리고 무엇보다 현행법에 규정된 피해자 보호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법적 보호망의 허점을 보완하고 그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