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처벌법' 신설하긴 했지만, '반쪽' 짜리 법안입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딥페이크 처벌법' 신설하긴 했지만, '반쪽' 짜리 법안입니다

2021. 01. 13 22:01 작성2021. 01. 14 14:44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우회 처벌만 된다는 비판에 부랴부랴 만든 딥페이크 처벌 조항

여전히 공백은 존재⋯딥페이크 만들고 퍼뜨린 사람만 처벌 대상

다른 성착취물은 다운로드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하루 만에 25만명의 동의를 받은 딥페이크(Deepfake) 처벌 국민청원. 지난해까지는 처벌 규정이 없었지만, 올해부터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하지만 여전히 '공백'은 존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해 여성 연예인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사람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5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로톡뉴스가 지난 2019년 10월 18일 보도한 <"취향대로 골라보세요?" 한국 아이돌로 장사하는 딥페이크 포르노> 기사를 바탕으로 한다. 당시 로톡뉴스는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은 엄연한 '성폭력'이지만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딥페이크 제작 과정을 간단히 정리봤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딥페이크 제작 과정을 간단히 정리봤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이후 딥페이크 성범죄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이 생겼고, 올해부터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별도의 양형기준까지 적용됐다. 하지만 피부로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다시 검토해봤다.


이유는 신설 처벌규정⋅양형기준이 비대칭적으로 쏠려 있다는 데 있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정은 있었지만, 이를 소비하고 시청하는 규정에는 공백이 있었다.


변호사들은 "공급과 소비라는 양대 축에서 딥페이크를 공급하는 측만을 처벌하는 법률만이 존재할 뿐, 소비⋅시청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규정은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현행법으로는 딥페이크 '공급자'만 처벌 가능

신설된 딥페이크 처벌 조항에 따르면, 딥페이크와 같은 허위 영상물을 만들거나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미수범도 처벌 대상이다(제15조).


만약, 돈을 목적으로 딥페이크물을 퍼뜨리면 형이 가중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런데 법 조항 어디에도 딥페이크물을 구매하거나 소지하고, 시청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자문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 /로톡DB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 /로톡DB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는 "현행법은 허위 영상물을 만들거나 배포한 사람들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 구조상 대향범(對向犯)에 해당하는 허위 영상물 구입자나 소지자까지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현주소를 지적했다.


대향범이란, 뇌물을 주고받는 뇌물죄처럼 (마주 보고 있는) 상대방이 있는 범죄를 말한다. 대향범은 특별히 처벌 규정을 명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딥페이크물을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경우도 대향범인데, 파는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사는 걸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도 "현재 마련된 딥페이크 처벌 조항에서 구매자 등은 판매자에게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대향범"이라며 "이들은 명시된 처벌조항이 없다면 공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n번방 사태 이후 처벌 강화됐지만⋯딥페이크는 여전히 입법 '공백'

범죄를 구성하는 양 당사자 중에 한쪽만 처벌하는 구조는 신설된 디지털 성범죄 법률 취지에 어긋난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인 'n번방' 사태 이후 신설되거나 강화된 조항들은 양쪽 모두를 처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성폭력처벌법상 다른 조항들은 (딥페이크 처벌 조항과 달리) 제작하는 공급 측면과 시청하는 수요 측면 모두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단순 소지만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딥페이크물을 구입한 사람을 처벌할 방법은 아예 없을까. 변호사들은 우회적으로는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진선우 변호사는 "만일 누군가 딥페이크 영상물을 실제 영상물인 줄 알고 구입하거나 저장했다면, 불법 영상물에 대한 고의가 인정돼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할 순 있다"고 전했다.


불능미수(不能未遂)란 범행을 하려는 고의는 있었지만, 범행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경우에 적용된다. 다만 불능미수범 성립 요건을 입증하기도 어렵고 이것이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도 회의적이라는 게 진 변호사의 의견이다.


이임표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일 경우 다른 방법이 있다"며 "아청법 제11조에 따라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불능미수범과 마찬가지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임을 알면서도 소비한 경우여야 처벌이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파급력이나 손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이를 구매하고 소비한 사람을 처벌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입법 보완을 강조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